홈스쿨러의 고민 1
8살은 8살끼리, 9살은 9살끼리만 논다. 같은 나이여야 친구라고 생각한다. 홈스쿨링을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꼭 물어보시는 것 중 하나가 친구 문제이다.
마음과 뜻이 통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가 더 발전하는 관계를 친구라고 한다. 같은 나이라고 친구가 아니고, 같이 놀 수 있다고 친구가 아니다. 친구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면 그것은 친구가 아니다.
친구와 많이 어울려야 사회성이 발전한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회성은 건강한 자아상에서 나온다.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이 사회성이 훨씬 뛰어난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자아상을 훼손당할 만한 일들에 덜 노출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자존감이 확립되지 못한 어린아이들끼리 모아 놓으면 주로 발생하는 사태는 이것이다. 외모나 이름 등 겉으로 알 수 있는 것들 가지고 서로를 놀린다. 키가 작다고 놀리고, 뚱뚱하다고 놀리고 이름이 우습다고 놀린다. 우리 아이가 그깟것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자존감이 튼튼하다면 좋겠지만, 아직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어린 나이에는 그것이 힘들다. 놀림당함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같이 놀리거나, 많이 외향적인 아이들은 주먹을 휘두르게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중, 부정적인 면을 발전시킬 기회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사이좋게 놀아, 싸우지 마” 이런 말들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책과 친구가 되고, 음악과 친구가 되고, 엄마 아빠와 친구가 되고, 주변의 심신이 건강한 어른들, 언니 오빠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홈스쿨링이다. 실제로 홈스쿨러 아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와도 잘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어른과도 이야기를 잘 나누고, 누구에게나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하며, 누가 이야기해도 잘 경청하는 것이 홈스쿨링이다.
친구들과 어울린다고 사회성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이 일찍 사회생활에 내몰려 상처받고 사람과 관계맺기를 두려워하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누군가 자신을 놀려도, 흥, 나 그런 사람 아닌데! 라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자존감은 갖추어야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된 것이다.
일찍부터 비교경쟁 시스템에 내몰려 자아상을 훼손당할 필요는 없다. 자존감이 허약한 엄마의 눈에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것도, 책을 많이 읽지 않은 것도, 똑 부러지게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도 다 신경이 쓰인다. 아이의 학교생활과 함께 엄마의 걱정목록이 늘어가는 것이다. 엄마의 걱정 에너지를 받을수록 자존감은 낮아진다. 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존재, 엄마에게 기쁨이 되지 못하는 존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홈스쿨링은 그런 비교 경쟁에서 자유하다. 나만의 속도로, 우리 아이만의 속도로, 매일 조금씩 발전하면 된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자신감이 없던 아이가, 일년간의 홈스쿨링 후, 대단히 긍정적인 자아상과 함께 사회성이 급상승한 사례를 나는 목격했다.
학교 안다니면 사회성은 어떡하냐..는 질문은 홈스쿨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질문이다.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내공을 다져온 아이들에게 사회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회성이 ‘자신의 고유함과 개성을 잃어버리고 대세를 따라가기’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