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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pen Sally Aug 10. 2023

질척 질척하고 구질구질한 어느 덕후의 사랑이야기

국가란 무언인가?

나의 오래된 사랑아! 국가란 무엇일까?


<국가. 국가가 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야. 그게 무슨 뜻이냐면 …>


나란 여자, 미련이 많은 여자.

그를 완전히 떠나보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금지된 사랑인가?

나도 가정이 있고 그도 가정이 있는데…

나는 나의 존재도 모르는 그에게 왜 이렇게나 또다시 빠져 내내 설레고 있는가?

그는 잘못이 없다. 극 중 그의 대사처럼 나는 그저 홀린 것이다. 그의 매력에 또다시!

“홀려서? 아름다운 것에 홀리면 이렇게 되죠.

홀려 본 적 있어요?”

네. 네. 네. 당신에게 완전 흘렸습니다.

그저 미련이 많은 여자라 하고 넘기기에 내가 봐도 나는 정상이 아니다.

지독한  사랑에 빠진 이상한 여자다.

누군가에게는 비웃음이 되고 말, 일명 출구 없는 덕질의 도돌이에 옴짝달싹 못하고 또 갇혔다.

휴덕기도 있었고 재입덕기를 거쳐 나름 이제는 탈덕을 하고 올초  완전히 잊고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며칠 전이었다. 수업과 교재 제작으로 너무 바쁜 현생에서 8개월 만에 찾아온 조금은 긴 휴식에 정말 정말 오랜만에 빨간색 N심벌의 OTT 플랫폼을 열었다. 나에게 이 빨간색 N심벌의 플랫폼은 늘 여러 가지로 작품들이 차고 넘치지만 정작 내가 딱히 보고 싶은 건 없다. 그래서 이것저것 볼 게 없나 뒤적거리다 보니  뜬금없이 태양의 후예가 싱가포르 인기순위 Top10에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월이 꽤나 지났는데도 웬일이래 Top10에 다 뜨고? 그래서 무심히 1회를 재생했고 나의 지독한  송. 중. 기 사랑도  예고도 없이 또 무한 반복 재생 되고 있다.

다시 시작된 그와의 사랑에 ‘태양의 후예’  대사를 토씨 하나까지 다 외워 버릴 태세로 아주 전투적이고 진취적으로, 그 끝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반복 시청 중이다.  나는 이런  나를 ‘돌+아이’라고 칭했고, 어느 마음씨 고운 작가님은( 찐 우정을 나누는 최애 지인이다) 그런 나를 열정의 다른 이름이라고 칭하며 찐 덕후기질 충만한 뜨거운 여인으로 표현해 주었다. 일단  열정으로 포장되는 그것 참 마음에 드는군!


나는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다. 아예 안 본다는 게 더 맞겠다. 하지만 오다가다  무심히 보고 우연히 꽂힌 드라마는 남들이 재미없다고 해도 몇 번을 질리도록 무한 반복하고(기본 한 백번은 봐야지 아… 제대로 봤구나 한다) 모두가 재밌다고 난리 난 드라마도 내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얼음 같이 차갑게 외면하며 단 한 장면도 보지 않는다. 일단 그냥 내 마음에 들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출구 없는 덕질이 시작된다. 무한 반복재생 뫼비우스의 띠다. 거짓말 아주 쬐금 보태 한 이백 오십만 번은 봐야 한다고 해두자. 어떤 이는 결말이 난 드라마를 다시 보기가 힘들다고 허던데 나는 그 어려운 걸 계속 해내지 말이다. 참으로 취향이 확고하며 심지 굳지 않은가? 이것이 오직 드라마에서만 적용되니 문제면 문제다. 문제가 아니라 다행인 건가?! 아무튼 나의 드라마 시청 기준은 이렇게나 엄격하다고 해두자!


정작 태양의 후예가 절찬리 방송되던 당시(2016년이던가)에는 송중기가 뉴규? 그의 존재 따위는 나의 안중에도 없었고 드라마를 방영하는 시간인 줄 모르고 한국에 전화하거나 톡을 하면 태양의 후예 일명 “태후-송중기 앓이”로 유시진 대위 보러 가야 된다고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언니, 동생, 엄마가 야속해 그가 조금 얄밉기까지 했다.

정말 친한 싱가포리언 친구까지도 당시에는 그 드라마 보고 있냐고 송중기 너무 멋지다고 내게 침이 마르게 찬양하고 칭찬했다. 그렇게 난리 난 그 드라마와 송중기에게  나는 아주 무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일찍 잠이 들고 남편은 일이 늦는다고 퇴근이 늦어지는 평범하고 약간은 무료한 어느 날 밤, 티브이나 볼까 하고  싱가포르 로컬 케이블 채널을 돌리며 볼 게 없나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데, 한국 방송 채널에서 태양의 후예 2화를 방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그를 많이도 사랑했구나 그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이렇게도 상세히 기억하다니…) 한국에서는 이미 엄청난 사랑 속에서 막을  내린 지 한참 후였다. 그와의 시작은 뭐 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뭔데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였지? 하는 시큰둥함과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하는  약간의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어머나! 4편을 연속을 해주는 데 남편이 퇴근을 하든 말든 (당시를 생각하니 또 미안해 여보) 그냥 그렇게 드라마에(사실은 송중기에게) 푸욱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태양의 후예 - 유시진 대위, 송중기에게 그렇게 속절없이 홀려서 빠져든 게. 내 마음은 온통  황홀한 ‘중기 앓이’로, 그로 가득 차 싱가포르에서 한국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는  앱을 다운로드하게 만들고 밤마다 눈이 퀭해지도록, 가슴은 그로 가득 차 넘치고, 화면이 닳도록 보고 또 보고 또 또 보고… 한 가지 위안을 삼자면 영어를 가르치고 번역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렇게 드라마를 볼 때 영어 자막을 보며 한국어가 어떻게 영어로 번역되는지 살피고 맛깔나는 한글의 묘미를 못 살렸을 때는 괜히 안타깝고 나라면 어땠을까? 고민하며 번역 작업에 대한 경외심도 같이 쌓아간다는 거다. 언젠가는 꼭 번역을 해보고 싶다. 아무튼  드라마로 번역 공부한다는 핑계로 변명도 해보며 그렇게 꾀-에-에-에-나 기-이-이-일-게-에 지독한 송중기 앓이를 하고  그의  타 작품들과 조우하며 실컷 덕질하고 올해 초 ‘재벌집 막내아들’을 끝으로 완전히 보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가슴속에 품었던 그를 왜 또 이리 꺼내어 지독하게 매료되어 버렸는가? 어쩌면 이번에는 이 매력적인 송중기가 나에게 조금은 어렵지만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약간은매혹적인 과제를 던져준 건 아닐까?

처음 태양의 후예에 빠졌을 당시에는 그의 잘생긴 외모에 홀려 멋진 ‘유시진 대위’만 바라보고 그의 매력 발산에 심취해 러브라인에 집중하여 조금은 유치하다 여겼고, 저런 건 판타지야,  너무 오글 거린다 생각하고 넘긴  의외의 부분이 이번에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니 그리고 이제는 미래의 조국이 바뀔지도 모르는 기로에 선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국가’와 ‘조국’이라는 단어에 괜히 가슴이 묵직하게  뜨거워졌다.

그가 말하는 국민의 안위가 국가의 안보라는 신념으로 나쁜 놈도 극 중 파병지에서 위험에 처하면 정성을 다해 구해낸다는 말에 왜 주책맞게 가슴이 울컥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나?

멋진 송중기가 말해서 더 가슴에 와서 코옥 하고 박힌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이제는 어느 조국이 나를 구해줄까?

“국가. 국가가 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야. 그게 무슨 뜻이냐면 너 같은 새끼도 위험에 처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구해내는 게 국가라고. 군인인 나한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으니까.”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좀 생기면 어때.

당신 조국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난 내 조국을 지키겠습니다.”

태어나보니 그냥 벌써 나의 조국이 되어있어서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사랑했고, 십 수년을 해외살이를 하며 조국 밖에서 바라본 나의 조국의 매력에 취해 이 조국과 다시 한번 사랑에 빠졌고, 한 번도 다른 나라 국민이 될 거라고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나는 이제 나의  조국이  ‘대한민국’이 아닐지도 모르는 갈림길에서 고뇌 중이다. 두 개의 태양을 가슴에 품을 수 없다고 했던가?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기저기 둘 다 속하지 못해 뱅뱅 돌거나 여기도 저기에도 완전히 끼지 못해 한 발을 걸쳐만 놓는 깍두기가 아니고 싶다. 해와 달이 같은 듯 다르게 하지만 그 소중함은 어느 하나가 더 중하다 할 수 없듯이 내게는 똑같이 소중한 이 두 나라를 당당히 가슴에 품고 싶다.

인생 후반을 남겨 놓은 나에게 국가란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내가 정의하는 국가의 역할 대로 국가는 나의 안위를, 나의 평안을 국가의 안보와 번영이라 생각하고 나를 품어줄까? 나는 그 어릴 적 되뇌던 ‘조국과 민족의 평화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을 다짐합니다’라는 국가에 대한 맹세처럼 국가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나의 애국심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내 사랑 송중기 아니 유시진 대위가 말했다.

“애국심이 뭔데요?

아이와 노인과 미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고딩들을 보면 무섭긴 하지만 한소리 할 수 있는 용기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상식

그래서 지켜지는 군인의 명예

내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그런 겁니다.”

이에 답하듯 똑똑하고 멋진 여성 강모연 닥터가 말했다.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그 어떤 재난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노라. 그 어떤 총구 앞에서도 이 땅의 평화를 지키겠노라. 오늘 수많은 유시진과 수많은 강모연은 엄숙히 선서했다. 그들의 선서가 이 세상의 모든 땅에서 이 세상의 모든 태양 아래에서 지켜지기를 나는 응원했다.”


애국심이란 찬란하고 눈부신 모두의 태양아래서 각자의 역할을 각자의  용기와 믿음 신념으로 열심히 지켜나가며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건강하게 해 나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지켜지는 개개인의 명예와 행복.

내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그런 것이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누구도 아닌 나 자신으로 행복하게 살아낸 것!

지금 우리의 조국은 안녕하신가요?

눈부신 태양 아래서 자신의 신념과 믿음으로 건강하게  온몸으로 행복을 뿜으며 살아가는 모두의 안녕을 제대로 지켜 주고 있겠지요?

아직까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인 나는 뜨거운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안녕과 모두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안녕하고 또 안녕하시길…

조국이 바뀌는 갈림길에서 송중기의 미모에 홀려 덕질로 정신이 혼미한 나는 윤미래가 부른 드라마 ost ‘Always’( 아니 이 드라마는 어째 ost도 이리 좋단 말이냐!) 온니유가 아닌 온니 투오브 유? 를 목놓아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꿈처럼 그대 다가와

내 맘을 흔들죠

운명이란 걸 나는 느꼈죠

I Love You

듣고 있나요

Only You

눈을 감아봐요.

바람에 흩날려 온 그대 사랑

whenever, wherever you are

whenever, wherever you are

ohohoh love, love, love

어쩌다 내가 널 사랑했을까

밀어내려 해도 내 가슴이 널 알아봤을까

I Love You

듣고 있나요

Only You

눈을 감아봐요.

모든 게 변해도 변하지 않아

넌 나의, 난 너의 사랑…]


한국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늘 변함이 없겠지만 바람에  흩날려 온 소식, 국민의 안위가 위협받는 요즘의 조국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사령관 :“당신들에게 국가 안보란 밀실에서 하는 정치고 카메라 앞에서 떠드는 외교인지는 몰라도 내 부하들에게는 청춘을 다 바쳐 지키는 조국이고 목숨 다 바쳐 수행하는 임무고 명령이야! 이름도 명예도 찾아주지 않는 조국의 부름에 영광되게 응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이 곧 국가안보라는 믿음 때문이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대통령 : "제 생각은 다릅니다. 성공한 인질 구출 작전에, 무슨 책임을 지겠단 말씀입니까? 인질은 무사하고, 문제는 정치와 외교고, 그럼 그건 제 책임입니다. 모든 책임 제가 집니다.", "우리 국민을 무사히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돌아와 준 것도 고맙습니다." >

이 장면에서 대사를 하고 머리 숙여 깍듯이 인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너무도 비 현실적이고 완벽한 판타지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것이 현실이면 너무 좋겠다고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두 손 모아 너무나 간절히 소망했다.


‘근데 이배는 왜 여기 이러고 있어요?

홀려서?

아름다운 것에 홀리면 이렇게 되죠

홀려 본 적 있어요?’

네  많이도 홀려 봤지요…

그리고 곧 아름다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또다시 깊이를 알 수 없게 홀릴지도요!

안녕, 나의 조국아!

‘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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