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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인 Z Aug 01. 2021

자기 객관화 하기

개인 재무제표파악하기& 재능 파악 (feat. ENTJ)

일을 그만 두기로 마음을 먹고도 지난 반년을 나란 인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는 와중에 들어오는 일자리에 매번 흔들렸고, 그 흔들리는 내 모습에 실망했다. 그러다 어느 날 주식 유튜브를 보다가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 재무제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불안해진다는 걸 듣고 깨달음이 왔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나 확인하며 불안해하기만 했지, 나의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파악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현재 백수인 내 불안의 원인이 돈에 있었지만 지난 과거나 뜯어보며 애먼 스스로나 괴롭히며 자책만 반복해왔었다.


시간 부자로 살기 위해 과연 나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현재의 돈으로 버틸 수 있는지 파악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2016년부터 money pro라는 어플로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어서 예산 파악은 금방 할 수 있었다.


1. 지난 5년간 수입/ 지출
5년 간 수입 & 지출 비율


연평균 대략 3400만 원을 벌었고, 2800만 원을 지출하면서 살았다.

1인 가구 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입에 과한 지출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매년 600만 원의 돈을 저축한 셈인데...

이대로 10년을 더 일을 해도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없음은 명백해 보인다.

수입 없이 향후 몇 년을 버티려면 최소 지출로 살아야 할 텐데 대체 뭘 줄여야 할까?



2. 지난 5년간 소비 내역
5년 간 지출 내역

1. 장비 구입 (약 2400만 원)

장비 구입이라고 거창하게 나눠 났지만 사실 카메라와 렌즈, 노트북, 기타 전자제품을 사는데 2400만 원이나 지출했다.

우오.. 이걸로 아무런 수익창출을 하지 않았으니 사실 그냥 취미 비용이었던 것이다.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비용이고,

여차하면 중고 판매로 정리해서 1000만 원 정도의 현금 자산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2. 주택 (약 2200만 원) -> 연 400만 원

5년간 월세와 관리비로 지출한 내역이다.

연간 대략 400만 원 정도 나가는 셈인데...

일단 이건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 고정비용이니 패스.


3. 여행 (약 1200만 원)

대단한 욜로족도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통계가 그렇다고 말해주니 할 말이 없다.

일단 코로나 시국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니

예산에서 빼자.

4. 의복 (약 1000만 원)

와.. 나 패셔니스타도 아니었는데 무슨 의류비가 4위씩이나? 세부내역을 보니 겨울 촬영할 때 방한 용품으로 산 옷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옷장에 옷은 차고 넘치고, 이제 외부에서 촬영할 일도 없으니 의복비도 아웃!


5. 외식 (약 1000만 원) -> 연 200만 원

흠.. 다 먹고살자고 돈 벌었는데.. 일단 이건 킵.


6. 인테리어 (약 1000만 원)

아니.. 10평 원룸에 살면서 무슨 대단한 인테리어를 했다고 지출이 이렇게나 많았대..

세부내역을 보니 요리를 시작하면서 주방 관련 장비 구입비가 대부분이었다.

아.. 이놈의 장비병..

웬만한 식당을 차려도 될 만큼 모든 게 다 있으니 이 지출도 빼자.


7. 음식 (약 800만 원) -> 연 160만 원

한 달로 따지면 식비가 대략 14만 원 정도인데..

촬영을 나가면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건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다.. 외식비랑 같이 퉁쳐서 예산을 맞추고 일단 유지.


8. 사회생활 (약 800만 원) -> 연 100만 원

경조사비, 생일 쿠폰 이런 비용들인데 사회생활이 대폭 줄면 이것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반으로 줄여봐야겠다.


9. 통신비  (약 650만 원) -> 연 50만 원.

그동안 일하면서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비용이 많이 나왔는데,

이것도 이미 알뜰폰으로 바꿔으니 줄일 수 있다.


10. 건강 (약 500만 원) -> 연 40만 원

일을 쉬는 동안에 수영장을 다닌 비용이 포함되어 금액이 다소 높게 되어 있다.

앞으로 건강 관리는 산책으로 대체하고 병원비 정도만 남기면 될 것 같다.


11.  취미 (약 500만 원)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는 걸 좋아했기에 많은 비용을 들여왔는데, 일단 빼자.


12. 생필품 (약 400만 원) -> 연 40만 원

그동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져서 플라스틱 통에 담긴 세재를 다 줄이고

고체비누와 가루세제로 바꾸고 있는 중이라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13. 교통비 (약 400만 원) -> 연 60만 원

교통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가늠이 되진 않는데..

출퇴근을 안 하면 지금보다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14. 문화비 (약 400만 원) -> 연 30만 원

책 보고 영화 보고 미술관 가고 하는 비용들도 모이니 적진 않았다.

일단 리디북스와 도서관을 적극 활용하고, 영화일을 관뒀으니 영화는 집에서 프로젝트로 보자.

 

15. 쇼핑 (약 150만 원)

장비 구입, 인테리어, 이렇게 세부 분류로 나눠지지 않는 애매한 잡동사니 쇼핑 비용들이 대략 이 정도였다. 이젠 더 갖고 싶거나 필요한 것도 없으니 이것도 일단 빼자.  


16. 교육 (약 150만 원)

패스트캠퍼스, 클래스 101의 마케팅에 홀려서 최근에 백수로 지내면서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다 있는 건데.. 작년 까진 유튜브는 내겐 없는 세계였다.

이미 지불한 비용이니 억울해 하지 말고, 이것도 빼자.


17. 뷰티 (약 130만 원) -> 연 10만 원

미용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몇 년간 흰머리 때문에 뿌염을 하느라 미용실을 주기적으로 갔다.

이제 염색은 안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커트 비용만 남기고 제외하자.


18. 공과금 (약 130만 원) 연 30만 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더 늘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대로 유지.


19. 반려식물 (약 100만 원) 연 5만 원

올해부터 시작하였는데, 집이 거의 식물원 수준이 되어서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녀석들 덕분에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비용이 아깝진 않았다.

일단 지금 있는 녀석들이라도 잘 키우고 싶고 앞으로 추가 비용은 영양제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20. 보험 (약 80만 원) 연 20만 원

국민연금이랑 건강보험료인데, 이건 수입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연간 20만 원은 유지를 해놔야겠다.


21. 아이튠즈 (약 50만 원)

어플 구입비인데 결제할 땐 얼마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모이니깐 큰돈이 되었다. 이것도 아웃.


22. 세금 & 기타 (약 30만 원)

세금 계산 잘못해서 토해낸 비용이 포함되어 많아졌다. 일단 예비비로 정하고 유지.



3. 한 달 최소 생활비

5년간 지출 내역을 따져보니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동안 나름 가계부도 쓰고 그랬는데, 그냥 기록하는 거에 만족을 했었다.

어플도 돈 주고 사 놓고선

항목별로 모아서 어떻게 줄이고 운용할지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않았었다.

일단 위에서 유지하기로 한 비용을 다 더해보니

연간 대략 11,750,000원이 나의 최소 생활비로 나왔다.

한 달에 98만 원이다.

아래쪽 그림은 지난달 내가 맘먹고 아껴서 나온 생활비다.

한 달에 85만 원이 최선인 것 같고,

예비비를 고려해서 일단 90만 원으로 정하고 계산을 해보면 될 것 같다.


한 달 생활비 내역
















4.   현재 자산 내역
현재 자산 내역


현금으로 88만 원이 통장에 들어있고,

기타 자산으로 주택 보증금과 주식이 있다.

부채는 12개월 남은 노트북 할부금과 카드 값이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한 주식은 다행히 손해를 보지 않았고, 1500만 원이 수익이 난 상태이다.

하지만 주식이란 건 더 떨어질 수도 있으니 일단 원래 가지고 있던 자산으로만 계산을 해봐야 될 것 같다.


자기 자본에서 주택 보증금과 연금저축 계좌에 들어가 있는 돈을 빼면 51,286,162원이다.

최소 생활비로 계산했던 90만 원으로 나누면 대략 57개월이 나온다.

앞으로 4년 7개월은 수익이 없어도 있는 돈을 까먹으며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의 수익률이 더 좋다면 최소 1년 정도는 더 가능할 것 같다.

거기다가 카메라와 렌즈를 다 판다면 6개월 정도 더 가능하겠지.  

보수적으로 잡아도 앞으로 6년 간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길거리에 나 앉거나 굶어 죽을 일이 없는 거다.

월세가 오르거나 물가가 오르거나 주식이 폭락하거나 큰 병에 걸리거나

뭐 그 따위 불운들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니 고민하지 말고 넘어가자.


5. 시간 부자가 되기 위한 삶의 철학

탈도시를 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에 도시를 벗어나서

자본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인터넷 상에서 무자본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걸 파악하는 것이었다.

지난 6개월 간 구글 알고리즘의 바다를 휩쓸려 다니며

월 1000만 원씩 벌었다는 사람들의 유튜브를 보면서 마음만 조급해졌다.

그들의 말에 따라 이것저것 시도해본 결과

결국엔 내 시간을 갈아 넣어야 유의미한 수익 창출이 가능했다.

그들도 결국엔 노하우를 파는 걸로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나는 월 천만 원이 필요도 없고,

시간 부자로 살고 싶은데 왜 또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에 현타가 왔다.


결국 내가 그동안 좋아했고, 잘하진 못하지만 재능에 영역에서 조금은 더 갈고닦아 소소한 수익이 발생하는 것에 집중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6. 내 재능 파악

* 사진

지출 내역에서도 알 수 있지만, 내가 그동안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을 쓴 곳이다.

스톡 사진작가라는 걸 알게 되어 취미로 찍은 사진으로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동안 각종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알아본 결과

필름으로 풍경과 지인들 위주로 찍어온 내 사진은 상업적 가치가 전혀 없었다.

5개 정도의 사이트에 그나마 분류를 해서 올린 사진으로 지난 6개월 간 1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앞으로 디자인 소스에 활용도가 높은 맵핑 소스 위주로 찍어서 올리면 더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3년의 기간 동안 부업으로 만장의 사진을 올린 사람이 월평균 수익이 30만 원 정도라고 하니

내겐 6년의 시간이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만 사진을 찍고 올린다면

월 30만 원의 수익은 나도 가능할 것 같다.



* 책 읽기

책은 늘 읽어왔고, 짧게 독후감을 일기장에 남겨왔었다.

올해 읽은 책 두 권을 A4 2장 정도 분량으로 서평을 작성해서 '해피캠퍼스'에 올렸는데

6000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수익을 목표로 억지로 책을 읽고 글을 쓸 생각은 없지만

읽는 책 중에 좋은 책이 있다면 시간을 조금 더 들여서 서평을 작성해서 올리면 좋을 것 같다.

책 읽기로도 월 10만 원 정도 수익이 나도록 세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 글쓰기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할 때, 누구나 그렇듯 책도 내고 뭐 그럴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많은 좋은 글들을 보고 마음을 내려놓았다.

다만 브런치를 하면서 매주 한 편 정도는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고,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잘 활용을 해 왔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을 한다.

습작을 하면서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 영상 관련 작업

영화를 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400편 이상의 영화를 봤지만

영화를 관두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난 6개월은 단 한 편의 영화도 보지 않았다.

그냥 질렸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영상을 보는 눈만 높여왔을 뿐

정작 내가 촬영하고 편집을 하고 영상물을 만든 건 대학교 졸업 이후에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혼자서 허접하게 만들어 낼 결과물을 볼 용기가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영화를 관둔 지금 이게 과연 내 재능이 맞는지 의심도 든다.


처음 콘텐츠로 기획했던 건

귀촌해서 집을 짓고 정착하는 과정을 기록할 예정이었는데,  

반려인들의 사정으로 계획이 무기한 연장이 되면서

혼자서 다른 무언가를 기획해서 만들어 낼 자신감이 아직 없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영어

짧지만 유학도 다녀왔고, 지금도 꾸준히 영어 공부를 취미 삼아하고 있다.

거창하게 각 잡고 하는 공부는 아니고

이동 중에 영어 팟캐스트를 듣고, 좋아하는 미드를 자막 없이 본다.

얼마 전 의료계통 쪽 산업번역을 하고 있는 지인이 적극적으로 번역일을 나에게 권했다.

처음엔 영화 번역 쪽 일들 때문에 생긴 편견 때문에 꺼려했지만

산업번역은 또 다른 분야였다.

'캣툴'이라는 기계 번역이 초벌 번역을 해주기 때문에

단순히 영어능력만 뛰어난 사람보다 한국어 능력과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

성실함과 꼼꼼함이 더 요구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기엔 내가 번역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해줬다.

번역가들의 세계에서도 문학 번역과 산업 번역을 편 가르며 우의를 나눈다고 하던데,

얼마 전까지 영화계에 있으면서 다른 영상물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나의 태도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부끄러워졌다.

갑자기 진지하게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 앞으로의 계획

내가 가진 리소소를 모두 글로 다 적고 보니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 들고,

생각보다 가진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미래에 대해 막연하게 느낀 불안감이 잦아 들면서

6년의 시간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거라는 보장도 못하니

매일 다양한 시도와 경험으로 채우다가 그 전에 죽는다면 

별로 후회하지도 않을 것 같다.  


"생계를 위해 최소한으로 일을 하고 주변인들과 함께 삶을 즐기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한 성공한 사람의 삶이다.

생존 방식이 내 삶의 철학을 압도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금 벌어도 내가 즐기면서 하는 것들에서 수익을 만들고 싶다.


위에 나열한 재능을 강점으로 만들려면 어쨌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초조해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삶을 즐기면서 쌓아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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