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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r 21. 2024

보홀여행 7. Only yesterday

old pop  가수 카펜터즈


다 지나간 일이야 

온리 예스터데이 "only yesterday"     


밤샘 비행끝에 새벽 4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에 오니 아침이 밝아온다. 서서히 드러나는 열대의 아침, 리조트의 수영장과 바닷가의 배들이 한가롭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겨우 세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강렬한 햇살이 침대위에 내려앉았다. 


잠으로 하루를 보내긴 너무나 아깝다. 정신을 차리고 열대의 풍경을 즐기러 나가야 한다. 오늘 일기예보는 맑음, 온도는 최고30도다. 일반적으 필리핀은 더운 나라지만 지금은 건기라서 그런지 바람이 상쾌하다.     

일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역시 필리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올드 팝을 좋아한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카펜터스의 온리 예스터데이(only yesterday)다. ‘다 지나갔어 오늘을 살아’라고 이야기 하는 노래는 이제 막 여행지에 도착한 나의 마음과 딱 맞아떨어진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남편뿐이다. 흥얼흥얼 따라 불렀다. 몸치였음에도 둠짓둠짓 몸도 흔들어댔다. 여행을 왔으니까 아무려면 어떠리. 둔한 남편도 내 모습에 낄낄 웃어댄다.      

여행지의 음악들이 리플레이 되어 들리면 그림처럼 그곳의 풍경과 냄새, 바람결들이 떠오르곤 한다. '온리 예스터 데이(only yesterday)', 이 곡이 그렇게 될 거라고는 여행 첫날엔 몰랐다.    

  

인터넷으로 숙소를 검색해 보면 도심과 따ᅠ갈어져 있어 조용해서 좋다는 후기와 툭툭이를 이용해야 유명한 알로나 비치로 갈 수 있어 번거롭다는 후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난 전자의 이유로 솔레아 리조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리조트의 수영장은 어린이 풀장만큼 작아도 연결되어 있는 바닷가며 야자수등이 멋지게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사람들은 물놀이를 갔는지 수영장이 한산하다. 하늘색 썬배드에 누웠다. 내 몸은 길다란 썬 배드에 맞지 않다. 머리쪽도 다리쪽도 여유롭다. 그래도 머리맡엔 열대꽃, 하늘엔 야자 나뭇잎이 펄럭이고 싱그런 바람 안에 바다 냄새도 있다. 이런 휴식이 얼마만인가! 좋구나!  참!     

나도 모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들었던 온리 예스터데이를 중얼거리고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훨신 밝을꺼야

(Tomorrow  may be even brighter than today.) 

어제있던 슬픔을 버렸으니까." 

(since I threw my sadness away only yesterday)      

아무렴 그렇지! 지나간 건 지나간 거야. 매번 들리는 온리 예스터데이는 이번 여행에서 행복한 시간만 보내라는 카펜터스의 선물은 아닐까!     


이상도하지,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똑같은 노래가 들린다. ‘설마...‘ 내일은 다른 노래가 나오겠지 생각했다. 웬걸, 둘째 날도 여전히 같은 노래다. 소리에 예민한 나는 조금씩 신경이 쓰였다. 호텔의 오디오 담당이 게으른가? 솔레아 리조트 사장이 카펜터스 광일까? 숙소에 머무는 동안 온리 예스터데이는 탈 때마다 변함없이 계속  흘러 나왔다. 급기야 3일 정도 지나자 지금쯤 엘리베이터를 타면 곡의 어디쯤이 들릴까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3층이었던 숙소에서 1층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미만. 중간에 누군가 타거나 버튼을 잘못 눌러 꼭대기 6층까지 갈 때는 온리 예스터데이(only  yesterday) 를 3분정도 더 들을 수 있다. 그 시간은 묘하게 점점 더 행복해졌다. 결국 숙소에 온지 채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온리 예스터 가 보홀과 짝이 되어 마음 안 깊숙이 들어앉아 버렸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고 머릿속에 멜로디가 선명하게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보홀 여행을 기억하는 세포들이 춤을 춘다. 내게 온리 예스터데이 (only  yesterday) 노래는 보홀 여행의 순간이 담긴 메모리 칩이 되었다.     

     

보홀 바다가 네게     

지금 이 곳, 

다 잊고 맑은 바다를 봐.

내어줄테니 맘껏 즐겨.

과거는 그냥 지나간 것,

모든 고민을 털어내고 지금을 봐.      

나는 늘 이 자리에 있었지.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오면 되

망진창이가 되어도

슬픔에 걸을 힘조차 없어도

똑같은 마음으로 널 반겨줄게      

네가 남긴 발자국은 바로 지워져.

새로운 발자국을 남길 수 있도록

너를 위해 백사장을 내어줄게.

푸른 하늘과 바다는

언제나 너를 기억하고 있을 거야.     

문득 내가 기억나거든

언제든지 달려와.

난 너를 위해 늘 그 자리에 있을게.

널 다시 만나면 

예전처럼 또다시 꼭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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