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의 존재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면

정말 그런 건 아니었잖아

by 반짝이는 루작가

아이들 어린이집 방학이 시작됐다. 친구네 가족과 바다에 다녀왔다. 나는 새가슴이라 물에서 멀리 나가도 불안해, 오래 놀아도 추울까 봐 걱정하느라 찐하게 바다를 즐기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네는 남편도 친구도 아이마저도 쿨하게 준비운동도 없이(!) “가자!!”하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남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주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내 얘기를 하다 결국 또 친정엄마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친정엄마의 티 나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 또한 씁쓸하게 느껴졌다.


우리 엄마와 친구네 엄마를 반반 섞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여지없이 오후가 되니 전화가 와서는 남편이 휴가를 썼는지, 그래서 지금 집에 있는지 없는지, 저녁은 밖에서 먹을 건지 시시콜콜 물으시는 엄마에게 ‘네, 아니요’로만 차갑게 말하고 끊었었다. 속에서는 ‘제발 우리 가족은 알아서 지낼 테니 관심 좀 꺼주세요’하고 외치고 있었지만.


친구가 나의 얘기를 듣다 “엄마의 존재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면, 네가 싫어하는 엄마의 행동에 대해 조심해 주시길 부탁드려 봐.” 하고 말했다. 그때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요즘 나를 봐서는 그냥 엄마의 존재를 부인하고 싶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덜컥 나의 진짜 마음이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엄마가 사라지면 슬프겠지만, 나와 엄마의 관계는 그냥 여기까지였다고 인정하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했었으니까.


이런 못된 딸.이라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우리 아이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너무 서글플 거다. 그러나 엄마에게 짠함을 느끼다가도 미워지는, 이런 반복되는 나의 감정을 어찌하면 좋으랴. 엄마의 존재 자체가 싫은 건 절대 아닌데, 나중에 엄마한테 잘해드리지 못한 걸 분명 후회할 텐데. 그냥 딱 일주일에 한두 번만 엄마를 만나고 싶다. 그래야 엄마가 애틋하고 고마울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터 엄마와 부딪치는 상황에서 비폭력적인 말로 내뱉는 연습을 해야겠다. 아직 <비폭력대화>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나’의 기분과 감정을 중심으로 얘기하면 되겠지. 서운하게 반응할 상대의 마음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현명하게 부딪쳐보는 거다. 후, 말은 이렇게 쉬운데 실천할 수 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마음을 깊이 안아준 고마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