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랑 단둘이 놀고 싶다고!
올해가 시작되면서 일찍 출근을 하게 되었다. 덩달아 아이들마저 8시에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등원을 해야 하는 상황. 하루를 정신없이 후다닥 시작하는 게 미안해 하원을 빨리 시키기로 했다.
늘 붙어사는 형제라 한 번쯤은 엄마와 혼자 데이트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돌아가면서 한 명씩 데리고 도서관에 가 책을 읽어주고 잠깐이지만 둘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러나 첫째가 어디서 불안을 느낀 건지 다시 틱이 찾아왔다. 8월이 되어 단짝 친구의 부모님이 세시만 넘으면 데리러 오시는 바람에 첫째도 빨리 내가 오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뭔가 요일마다 일대일 데이트를 했던 흐름들이 깨져버렸다.
들쑥날쑥한 단짝의 하원 시간에 첫째도 이젠 그러려니 적응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 일대일 데이트는 언제 해? “ 하는 아이의 물음에 다시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나왔다. 지난 화요일에 이미 자기 차례는 끝이 났고 어제는 둘째가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날이었다.
어린이집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밖으로 나오는 차와 마주쳤는데, 첫째의 단짝 부모님 차인 것 같았다. 그때부터 “그래도 빨리 와야 해”했던 첫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내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단짝 없이 혼자 외롭게 지내는 건 아닐까. 나를 계속 기다리는 건 아닐까.
둘째를 반갑게 맞이하며 물어보았다.
“오늘 엄마랑 도서관 가는 날인데~~ 형아도 같이 데려갈까?“
“아~니!“
“형아랑 같이 가면 곤충도 더 잡을 수 있을텐데~~?”
“아니, 나는 두 명만 가고 싶어!”
내가 던지는 미끼를 물지 않던 둘째. 그래, 너와의 약속도 소중하지 하며 둘째만 데리고 갔다. 근처 도서관이 휴관인 줄 알면서 ‘문 닫혔네?!’ 하고 얼른 첫째를 데리러 갈 생각을 했던 나. 그러나 막상 또 그렇게 가려니 너무 아쉬워하는 둘째가 짠하게 느껴졌다.
책 대신 도서관 안에 나무로 둘러싸인 쉼터로 가 둘째가 원한 ‘고구마(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술래잡기’를 했다. 둘만 노는데도 얼마나 꺄르르 신나게 놀던지. 이렇게 둘째랑 놀아본 기억이 없을 만큼 나에게도 귀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한 구석에 앉아 책을 읽는 것보다 이렇게 몸으로 엄마와 노는 시간이 아이에게 더 필요했을지도.
만족스럽게 오래 놀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 형아를 데리러 같이 가준 우리 둘째. 첫째도 나의 예상과는 달리 다른 친구와 잘 어울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아 정말 이놈의 육아는 나만 잘하면, 내 마음만 단단하면 되는 것 같다. 다음엔 더 오래 찐하게 엄마랑 데이트해 보자 똥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