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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Aug 07. 2024

작정하고 시도한 엄마표 미술놀이

3차, 4차 하겠다고 입방정 떨지 말 것을 (ㅎㅎ)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현관에만 두던 냉장고 박스를 방으로 옮겨 아이들과 집을 만들고 꾸미는 놀이를 했었다. 그 이야기를 브런치에 썼고, 유아미술 관련이라 그랬나 조회수가 7천이 넘어 깜짝 놀랐었다.



글 마지막에 썼던 말이 입방정이 되어 냉장고박스를 버리지도 못하고 무얼 할까 고민만 한지가 또 한 달. 어제 그제 이틀 동안 즐거운 미술놀이 후반전을 보냈다. (우리 첫찌는 홍다시스터즈 작은누나가 물려준 핑크옷을 또 입고 있었구나@.@)


그저께는 종이테이프로 테두리를 만들어 그 안에 모자이크처럼 색종이를 떼서 붙이는 작업을 했고,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지만 둘찌를 박스면쪽에 세워 크레파스로 몸을 따라 그렸다. 첫찌는 키가 많이 자라 머리가 박스 밖으로 나가버린 것에 반해, 안성맞춤이었던 둘찌가 색깔을 바꿔가며 해달라고 했다. 크레파스가 몸을 지나갈 때마다 "머리~~ 손가락~~ 엉덩이~~ 다리~~" 하며 깔깔거리고 웃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오랜만에 엄마에게 일대일 집중 케어를 받으며 놀이에 빠진 둘찌였다.



그리고 4차전인 어제는 친정엄마도 모임이 있고, 남편도 회식이라 그야말로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채소값이 비쌌지만 조금씩 사용하고 남은 부분은 튀겨먹고 데쳐먹을 생각으로 모양이 재밌는 야채들을 떠올렸다. 파프리카, 연근, 팽이버섯, 브로콜리를 구입하고 물감을 함께 준비했다.



방에서는 도저히 좁아 불편할 것 같아 둘찌의 도움(?)을 받으며 '영차영차' 거실로 박스를 빼내었다. 부디 이 공간이 쑥대밭이 되어도 내 마음이 여유롭기를 기도하며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신문지를 깔았다. 하원길부터 무슨 물감놀이를 할 거냐고 계속 묻던 첫찌, 이 재료들이 무엇인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시작을 외치자마자 신나게 날아다녔다.



파프리카가 찍힌 물감을 보고 "우와! 이건 뭐야?!!" 하고 물어보니 "멍멍이 뼈!"라고 말한 그의 답변이 재밌었다. (오호 그럴 수도 있겠구나) 연근도 찍고~ 브로콜리도 색깔을 섞어 찍어보겠다는 아이.



나중에는 화분이라며 파프리카 안에 색색깔의 물감을 넣고 팽이버섯과 브로콜리를 심어보려는 모습이 귀여웠다. 열심히 찍어보고 활동하는 첫찌에 반해 둘찌는 처음엔 주춤주춤 이었다. 그러나 점점.



슈렉으로 변신하더니 팽이버섯을 스파게티처럼 물감에 푹 적셔 파프리카 안에 담았다 뺐다, 접시 위에 올렸다 뺐다 요리를 한다. 형아가 씻으러 들어가 같이 씻자고 말해도 "쫌이따~"를 외치며 한창 그 맛을 이어갔다.


놀이를 하면서 요즘 첫찌가 폭 빠진 '도라지꽃' 동요를 틀어주었는데 둘 다 너무 좋아했다. 특히 첫찌는 노래를 들으며 여유 있게 즐기는 미술놀이가 좋았는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 재밌다~ 아이 노래가 너무 좋다~" 하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엄마 마음도 뿌듯.


비록 이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가 뒷정리할 때 DVD, 저녁밥 준비할 때 DVD, 설거지할 때 또 DVD에 빠져버린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자책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텔레비전에 빠져 살던 나도 이만하면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했으니까. (라고 합리화하며 ㅎㅎ)


자기 전 읽을 책을 고르려고 지나가다 박스집에 붙은 연근을 발견하고는 "어?! 저기 왜 연근이 붙어있지?!!" 하며 웃음이 터진 첫찌를 보며 나도 둘찌도 함께 웃는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어린이집에 가서도 '도라지꽃'을 들으면 어제의 즐거움이 함께 떠올랐으면 좋겠다.


파워 J 엄마의 작정하고 시도한 미술놀이, 이만하면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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