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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Aug 02. 2024

너를 품었다 내보냈다 반복하는

우리 몸을 품었다 돌아가는 바다의 파도처럼 아이도.

아이를 잃어버렸다. 학창 시절 내가 졸업한 학교가 배경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즐겁게 수업을 받는데 우리 아이만 보이지 않는다. 울며불며 아이를 찾기 위해 샅샅이 뒤진다. 어느 구석 교실문을 열었더니 숨어서 무언가를 하던 아이들만 나오고, 덜커덩거리는 화장실문을 열었더니 또 다른 아이만 울상인 표정으로 앉아 있다. 밖은 이미 어둠이 짙어졌다. 별의별 상상이 든다. 설마 유괴된 것은 아니겠지. 복도 중간에 서 계신 선생님께 혹시 아이를 발견했는지 물으니 "전혀 전혀요"라며 고개만 흔드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 저 멀리 나와 같은 표정의 남편이 보인다. 다들 아이 찾기에 무심해도 남편과 나는 2인 1조가 되어 무조건 아이를 찾고 말리라 걸어가던 중 알람이 울렸다.


꿈이었다. 식은땀이 났다. 이런 악몽이 어디 있으랴. 옆에서 잘 자고 있는 아이가 고마웠다. 왜 이 꿈을 꿨는지 해몽이 궁금했지만 결과에 마음이 뺏길까 꾹 참는다. 이런 일을 실제로 겪는 사람들의 삶은, 삶이 아니겠다는.. 감히 상상하기도 미안한 공감을 한다. 




어제는 원래 만날 계획이었던 첫찌 어린이집 친구들과는 만나지 못하고 우리끼리 플랜을 다시 세웠다. 문득 미사 생각이 났고, 건강하고 즐거운 방학을 보내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러 가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아멘하러 가자 얘기하고 미사시간에 맞춰 성당을 방문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유아실에 아무도 없어 아이들은 실컷 미끄럼틀과 그네를 탈 수 있었다. 자기들이 아는 노래와 기도가 나오면 따라도 했다가 놀기도 했다가를 반복하는 귀염둥이들. 수녀님께 막대사탕을 받고 세상 행복한 형제들이었다. :)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성당은 처음이었는데 그래도 익숙한 곳이라 아들들을 이끄는 게 어렵지 않았다. 우리를 항상 보살펴 주고 계시는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제주에도 하리보 해피월드가 생겼다 하여 방문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고 배도 고파 2층 카페에서 출출함을 먼저 달랬다. (결국 젤리만 사주고 가지 않았음) '이런 게 휴식이지!' 하며 몸소 보여주는 아가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80퍼센트는 되어 보였다. 그들도 지금 나처럼 가정보육 중인 것 같았다. 무더위를 피해 온 이곳이 천국이었다.



둘찌가 낮잠 자는 동안 오후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절대 잠은 자지 않으나, 잠자는 기사님 역할놀이를 하는 첫찌. (졸린 거 맞지? 잠을 좀 자라고 ㅎㅎㅎ) 그 옆에서 "네 기사님~~" 입만 움직이며 나도 누워 스트레칭을 했다. 잠시 후 엄마가 오시고, 사촌언니와 함께 우리는 삼양바다로 향했다. 어려서부터 물놀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즐길 줄 모르는 나는, 첫찌 친구들과의 약속이 깨지자 바다를 안 가고 싶었다. 그러나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늘 바다 갈 거지?" 기대에 차 물어보는 첫찌에게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겠더라. 번거로웠지만 모래놀이 장난감과 여벌 옷, 수건, 과일, 남편이 갈아입을 옷까지 챙기고 바다로 향했다. 


아직도 해가 지지 않은 오후 6시. 바닷물에 반사된 뜨거운 태양빛을 맞으며 모래사장을 걸어내려 갔다. 신이 난 아이들! 자리를 잡고 판을 깔아주니 모래놀이로 즐거운 시작을 알렸다. 해수욕장을 귀찮아하던 나도 슬슬 슬리퍼를 벗으며 모래를 밟고 아이처럼 재미를 선택한다. 



작년만 해도 물에 들어가는 걸 매우 겁내하던 첫찌였는데, 발목을 감싸는 파도의 맛을 보더니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아이들도 다 각자 그들만의 때가 있구나를 깨닫게 된다. 조급할 필요가 하나 없음을.



퇴근한 남편이 오고 우리는 완전체가 되었다. "아빠!!!!!" 하며 반가워 달려가는 첫찌를 보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따로 없다는 사촌언니의 말. 컵라면까지 사서 먹는 바다에서의 식사는 어느 귀한 집에서의 만찬 못지않게 맛있고 풍요로웠다. 아이들도 어찌나 잘 먹던지. 먹고 또 먹고. 엄마도 집에서는 안 먹어지는 게 밖에 나오니 너무 맛있다고 즐거워하셨다. "이제 우리 가족이 다 모였네!" 하며 가족이 모이는 걸 너무 좋아하는 첫찌의 예쁜 말에 우리는 지금이 행복하다. 



우리를 감쌌다 돌아가는 파도처럼, 육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품에만 있을 줄 알았던 아이가 벌써 이만큼 커서 이제는 저 멀리 바다로 나가있다. 그래도 아직은 엄마품, 엄마등에 기대고 안기는 아이지만 언젠가 나와 동등한 눈높이에서 어깨를 맞닿고 걸을 날이 오겠지. 품었다 내보냈다를 반복하는 육아 속에서 아이와 나는 성장해가고 있음을 믿는다. 그래서 아이를 돌보는 이 시간이 귀하고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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