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싼 팝콘이 어디 있던가

아쿠아 플라넷에 먹으러 갔니, 바다 생물들 보러 갔니?

by 반짝이는 루작가

오늘 여행지는 아쿠아플라넷이었다. 곧 다시 지내던 나라로 돌아갈 사촌 언니에게 제주 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야외를 피해 선택한 곳이었다. 며칠 전부터 바다 생물 보러 갈 거라고 덩달아 아이들도 신이 났다. 작년에도 갔었지만, 그때는 둘찌가 너무 아기여서 몰랐고 이번에는 즐겁게 "상어! 거북이!" 하며 즐길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소풍 가는 날처럼 아침 일찍 일어난 첫찌. "엄마 빨리 가자, 언제 갈 거야~"만 외쳤으나 그에게 내가 던져준 것은 청소기였다. (그래도 일주일 중 하루는 바닥을 쓸어야 하지 않겠니 ㅎㅎ) "엄마, 또 어디 해? 하며 장남포스로 청소에 진심인 아이다. 배터리가 나가 전원이 꺼지자 이젠 걸레를 달라는 첫찌. 우쭈쭈 칭찬해 주니 바닥도 열심히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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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시간을 벌고 후다닥 챙겨 집을 나섰다. 모자를 고르던 첫찌는 바다 생물을 보러 갈 때는 이 모자를 써야 한다며 빨간 벙거지를 픽! 우리 둘찌는 한결같이 자기가 좋아하는 빨간 캡모자를 골랐다. 언제부턴가 첫찌는 내 선글라스를 본인 것처럼 꺼내 쓰고 있고, 늘 형아의 복사&붙여넣기가 되고 싶은 둘찌 역시 선글라스를 달라며 얼굴에 장착했다. 귀염둥이들 덕분에 나도 여행 가는 기분을 내본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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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언니를 픽업하고 아쿠아플라넷으로 향하는 길에 '쉬 마렵다, 배고프다' 난리도 아니었다. 도대체 차를 몇 번을 세웠는지. 그래도 다행히 김녕에 빵집이 있어 하나씩 쥐어주고 얼른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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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작과 끝 사이, 내 폰에 남은 사진은 이것밖에 없을 만큼, 정신없이 우당탕탕이었던 관람이었다. 바다생물이고 뭐고 졸려서 헤롱대는 둘찌는 유모차를 두고 '안아줘 안아줘'. 한 손은 유모차 끌랴 한 손은 아기 안으랴. 유모차에 첫찌라도 태웠다 내렸다, 무거운 아이를 들고 올렸다 내려놨다, 그야말로 카오스.


첫찌라도 뽕을 뽑자 싶어 이것저것 보여주려고 하면 "엄마, 팝콘은?"만 외치는 아이였다. 작년 이곳에 왔을 때 공연을 보고 나오며 사 먹었던 팝콘이 맛있고 즐거웠는지 팝콘만 외쳐댔다. 사촌언니가 해파리라고 보여줘도 일초 시선 응시, 그리고 "팝콘!!!"만 부르짖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레이싱카처럼 속력을 높여 팝콘 판매대 앞에 섰다. 세상 제일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우린 결국 팝콘을 사 먹으러 이 먼 곳까지 비싼 입장료를 주며 온 거니. 또르르.


그래도 팝콘 덕분에 둘찌도 징징대지 않고 공연을 잘 봤다. 공연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팝콘이 맛있어서 그를 버티게 해 준 것 같다. 하지만 언니에게 제일 미안했다. 대형 수조 앞에서 물멍도 때리고 즐겨야 하는데 거기가 바닷속 벽지인 듯 그냥 지나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챙겨주느라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것 같았다. 그래도 틈틈이 내다본 바깥 풍경으로 언니는 힐링했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다음엔 우리끼리 가자 언니!)


자꾸만 첫찌가 물어본다.


"엄마, 이제 어린이집 가려면 몇 밤 자야 해?"

"음~~ 앞으로도 다섯 번은 더 자야 해~ 어린이집 안 가니까 좋아?"

"응!!"

"그래도 친구들은 보고 싶지??"

"아니~"


ㅎㅎㅎ 하원 후에 친구들 이름을 불러가며 일인 다역의 역할놀이를 즐기던 첫찌는 방학이 좋은가보다. 아마 매일매일이 어린이날 같을 거다. 그 덕에 엄마빠의 등골은 휘고, 체력은 방전이 되고 있으나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다시 충전한다. 내일은 함께 만나기로 했던 첫찌의 친구가 컨디션이 안 좋아 계획이 취소되었다. 흠. 어떤 추억을 만들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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