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31. 2024

가정보육을 돕는 구원 타자 등장

드디어 시작된 어린이집 방학, 나도 돌봐주세요!!

아이들을 낳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주일 어린이집 방학. 생각해 보면 나 혼자 동시에 아이 둘을 본 적이 거의 없을 만큼 그동안 친정엄마 찬스를 무한대로 썼고, 엄마의 구멍은 아빠 써먹기로 늘 채워졌던 것 같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는 육아로 힘들다는 말은 하면 안 될 것 같다ㅠㅠ)


겨우 일주일 가지고 무슨, 하며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지만 방학이 다가올수록 두려웠다. 혼자 집에서 아이 둘을 보다 내가 괴물로 변할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럼에도 남편에게 휴가를 쓰라고 하지 않은 데에는 비빌 언덕이 있었다.


첫째 날 오전은 아빠께 아이들을 두 시간만 봐주시라 부탁드리고 카페에 가서 독후감 글을 마무리했다. 부랴부랴 집에 와 아이들을 챙기고 예방접종을 위해 소아과를 갔는데 시기를 잘못 알고 있었다. 비상 감기약만 받고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서 잠깐 한눈판 새에 뒤로 자빠진 둘찌. 형 따라 앉겠다고 아기의자를 거부하더니 두 발로 식탁 모서리를 밀며 그냥 의자가 뒤로 넘어가버린 것이다. 바닥에 뒤통수를 부딪쳤지만 정말 다행히 혹만 났을 뿐 다시 울음을 그쳤다. 계속해서 컨디션을 지켜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영혼이 나간 친정아빠, 오늘은 꿀잠 주무시겠다 싶었다. ㅎㅎ


오전 일을 마치신 엄마가 마침 오후에 집에 잠깐 들르셨고, 잠깐 본인 집에 다녀오시겠다며 첫찌도 데리고 가주셨다. 둘찌가 낮잠 자는 동안 주어진 귀한 시간에 또 독후감글을 수정하고 어제 새벽, 공모전 양식을 다 채워 메일로 보냈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니 나를 제일 사랑해 주시는 구원 타자들 덕분에 방학의 시작이 뿌듯하다.


어제는 친하게 지내는 성당언니의 초대를 받았다. 하루 전날은 우래기들 온다고 '에어바운스 빌려뒀어~~~~'하는 문자를 보내더니, 오늘은 새벽부터 '물 받는 중이야~~ 얼른 와~~~~~'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모사랑 나라사랑!) 물총을 챙기고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셋은 언니 집으로 등원했다.


크. 미쳤다. 펜션에 온 것 같은 분위기에 물놀이 준비는 이미 세팅완료였다. 얼마나 동생들을 챙겨주고 아껴주는지, 노는 내내 홍다 시스터즈의 배려는 감동이었다. 이 누나들만 있으면 어디든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햇빛이 더 들어오기 전에 그늘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몸도 말릴 겸, 받았던 물은 주변 꽃과 나무들에게 나누었다. 누나들이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주면 열심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물주는 우리 사랑꾼들♡



더하려면 할 수 있었던 물주기였으나 이미 옷은 다 말랐고, 점점 강해지는 빛살처럼 아이들의 머리도 뜨끈해지고 있어서 철수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가도 재밌는 게 있어!!" 하며 동생들을 이끄는 누나들:) 괜히 딸이 아니다. 어쩜 이렇게 조근조근 아이들을 잘 살피는 건지. 우리 자주 만나면 안 되겠니 홍다시스터즈! @.@



공기가 주입되자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는 에어바운스를 보고 긴장한 아이들의 표정이다. 어린이집에서만 보는 것들이 계속해서 눈앞에 펼쳐지는 이곳은, 엄마도 함께 즐기는 행복한 어린이집이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깔깔 웃으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둘찌가 올라가기엔 경사가 심해 큰 누나가 뒤에서 엉덩이를 밀어주었으나, 점점 요령을 찾으며 아이들은 재미나게 에어바운스와 한 몸이 됐다.



위에서는 작은 누나가 손을 잡아끌어주고 아래서는 큰 누나가 힘을 실어 받쳐주고. 개구쟁이 동생들은 그저 놀기 바쁜데 이렇게 아껴주는 누나들이 참 고마웠다. 덕분에 잠시지만 언니랑 수다도 떨고 행복했다:D 맛있는 점심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해산!


차에 타 그대로 뻗은 아이들을 재우며 잠시 동쪽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여전히 무더운 날이지만 눈이 닿는 곳마다 선명하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이다. 넘실대는 파도의 선, 봉우리마다 굽이굽이 완만하게 그려진 오름의 선이 오늘따라 더 아름답다. 이틀 째 방학도 구원 타자들 덕분에 홈런이!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 타기의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