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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Aug 12. 2024

여보는 글을 써요

고마운 남편의 응원!

오랜만에 노트북 가방을 열었다. 지난 수요일 아침에 글을 업로드하고 처음이었다. 마법이 와서 체력이 무너진 핑계도 있었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빨리 읽고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하루만 안 써도 몸이 간질간질했는데, 이번엔 그냥 다 내려놨다. 포스팅을 안 했다고 채찍질당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늘 그렇게 급하고 쫓기는 기분이 드는 건지. 왜 이렇게 하루를 아득바득 살아가는가 싶었다.


일요일 낮, 남편 찬스로 잠시 얻어낸 시간을 마치고 픽업을 기다렸다. 몇 분 시간이 남아 그냥 걸었다. 무더운 여름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었지만 다행히 햇빛이 강렬하지 않아 걸을만했다. 터벅터벅 걸으며 여름바람에 내 한숨을 같이 뭉그려 보냈다. '내가 지금 글을 쓸 때인가' 하는 말풍선도 함께.


돈을 아껴 쓰겠다고 했는데도 자꾸만 여기저기서 터지는 경조사며 모임이며, 모든 걸 안 하고 안 보고 산으로 들어가 지낼 수도 없는 일이고.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는 데 돈을 안 쓸 수도 없었다. (즐거운 만남은 내게 큰 기쁨이다) 용돈도 팍팍 챙겨주는 고모, 이모고 싶은데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며 나의 정체성은 또 흔들렸다. 지금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어도 되는가. 


집에 와 남편에게 내가 한 고민을 얘기했더니 "여보는 글을 써요, 돈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더 벌어볼게요."라고 말한다. 수입으로 이어지는 게 하나도 없음에도 글 쓰는 행위를 귀하게 봐주는 남편이다. 지금도 과중된 업무로 힘들어하면서 무얼 더 번다고. 말만이라도 너무 고맙다. 


얼마 전 북토크로 뵈었던 권지영작가님을 보면 그분 또한 전업작가가 아닌데도 부지런히 글을 쓰신다. 그렇기에 내가 전업작가의 길을 갈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글 쓰는 것은 내려놔야 하는가의 고민을 한다는 것은 참 부질없다. 다시 단순하게 자판을 두드려야겠다. 남이 좋아서가 아닌 내가 좋아서 쓰는 글로, 부담이 아닌 즐거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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