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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Aug 22. 2024

몸도 마음도 성장하는 아이들

언제 이렇게 컸어! @.@

얼마 만에 쓰는 글쓰기인가. 칼럼 필사를 시작하고, 그동안 못 보고 지냈던 사람들을 만나고, 독서모임 책을 읽고, 갑자기 둘찌까지 아프면서 글쓰기가 자꾸 밀려나갔다. 처음엔 '뭐 그럴 수 있지'하는 마음이었으나 점점 '쓰고 싶다, 할 얘기가 많은데!' 하며 발만 동동 구르다 오늘은 글쓰기를 1순위에 둔다.


요즘 들어 첫찌가 하는 말들을 기록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겼다. 지난주 야근을 앞두고 친정엄마가 일찍 나가 준비하라는 말에 덥석 물고 빠져나가는 남편을 보며 분노의 설거지를 한 적이 있었다. 한숨을 푹푹 쉬는데 뒤에서 갑자기 첫찌가 "엄마, 설거지 많이 힘들어?" 하는 거다. 내 눈치를 보며 착한 행동만 골라서 하는 첫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만 찾는 게 무슨 죄라고 싸늘해진 엄마 눈치를 보는 둘찌에게도. 날카로운 유리가 깨질까 모두가 조심조심, 웃음 대신 적막을 만들어버린 내가 너무 싫었다. 자기 전 아이들에게 사과를 하고 꼭 안아주며 잠들던 밤이었다.


지난 월요일에는 그날만 6똥을 싼 둘찌가 결국 저녁에 남편과 병원을 다녀왔다. 구토나 열은 없었지만 주말 동안 무얼 잘못 먹었는지 계속해서 물똥을 싸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그때 나는 독서모임에 참여해 심해진 아이의 상태를 몰랐다. 친정엄마가 같이 돌봐주셨는데 남편이 둘찌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는데 첫찌가 그렇게 둘찌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고 했다. 


"주사 맞는 거 아니지?!! 코 쑤시는 거 아니지?!! 엑스레이도 찍을 거야?!!" 


컴컴해진 밤에 가는 병원은 다 응급실이라 생각한 첫찌에게 동생의 아픔은 고통이었다. 본인처럼 큰 병원에서 수액 맞고 아파 울까 봐 걱정되는 첫찌를 보며 안쓰러우면서도 엄마도 남편도 형의 사랑에 매우 감동받았다고 했다. 


다음날 밤, 기저귀에 지린듯한 응가가 보여 씻어주려 벗겼는데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나와버린 응가에 자지러지게 우는 둘찌. 첫찌 역시 울상이었지만 와중에 묽은 변을 바라보며 "그래도 설사 아니야. 포도똥이야, 괜찮아!!" 하며 동생을 다독였다. 둘찌를 씻기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OO야" 이름을 부르며 엄마가 옆에 있을 거라고 안심시키는 형아의 말에 나와 남편은 뭉클했다. 너란 형아,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거니.


컨디션은 좋아 어린이집 간식 대신 둘찌가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챙기고, 식단도 빼고 더하며 머리를 써보았건만 결국 어제 오전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둘찌를 데려 왔다. 오랜만에 둘찌를 안아 자장가를 부르며 낮잠을 재웠다. 팔로 엉덩이를 지지하기에는 무거워진 무게와 뻗어 나오는 다리를 빠지지 않게 팔로 꼬옥 안으며,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천천히 끌어당기고 싶었다. 


이제는 제법 둘이 놀이다운 놀이를 하는 27개월과 50개월의 형제들. 여전히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은, 아직도 엄마사랑에 굶주린 개구쟁이들이다. 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마음껏 사랑해 주고 안아줘야겠다. 마음그릇이 나보다도 큰 아이들을 보며 오늘도 나는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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