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so sweet! :-)
어제 아침, 남편과 각개전투를 했다. 둘찌의 계속된 설사에 원래 다니던 소아과는 이번주가 휴가라 그 공백을 채워주는 다른 의사 선생님 스케줄을 찾아보았다. 오전에만 진료를 하신다기에 부랴부랴 남편은 8시까지 가서 오픈런을, 나는 두 아이를 챙겨 병원으로 가서 다시 만나기로 한 것. 남편이 첫찌를 등원시키고 나는 거기서 남아 둘찌 진료를 보기로 했다.
정신없이 챙기며 움직이는데 방에서 "제가 호 불어줄게요~" 하는 소리가 났다. 뒤에서 살짝 보니 첫찌가 둘찌 무릎에 입술을 쭉 내밀고 "후~" 하고 있었다. 첫찌의 행동이 너무 귀여워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하고 묻자 환자가 무릎이 다쳐서 반창고를 붙이고 호 불어주는 거라고 했다. 그 와중에 나를 보는 둘찌의 표정은 힘이 없어 안타까웠지만.
둘찌를 향해 소아과 잘 다녀오라고 응원의 말을 전하며 손을 잡는 첫찌. 형아에게 말없이 손만 흔들며 인사를 전하고 각자의 길을 갔다. 큰 이상이 없어 다행인데도 왜 이렇게 시원히 낫지 않는 건지 되직한 똥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은 애가 탄다.
며칠 째 둘찌와 나,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제는 오전에 미사 드리러 성당에 즐겁게 다녀왔지만, 어제는 내가 치과진료를 받아야 했어서 친정아빠 찬스를 잠시 쓰고 남은 시간에 할 게 없었다. 집안에 널린 장난감과 책들을 뒤로 한채 왜 나는 이 아이를 품에 안고 DVD만 보고 있는가.
그러고 보면 27개월인 3세 아이와 놀아주는 법을 몰랐다. 첫찌가 27개월일 때 나는 갓난 둘찌를 보느라 첫찌와 둘만 보낸 시간이 거의 없었다. 지금의 둘찌보다 말도 잘 못했던 첫찌는 그런 나를 보며 불안해 틱이 왔던 것 같다. 그로부터 4세까지 첫찌가 어떻게 컸는지, 그 시기엔 어떤 걸 좋아했고 무얼 먹으며 성장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이 둘 육아로 고되고 우울해 탈출만 시도했던 2023년이 지나 올해를 맞으니 나도 모르는 새 아이들이 쑥 커버린 느낌만 든다.
오전에는 잠깐 아빠가 와주셨지만 오후는 독박이 예정인 시간이었다. 그런데 너무 신기했다. 전에는 아이 둘을 혼자 보는 게 두렵고 한숨부터 나왔는데, 어제 따라 첫찌의 하원이 기다려졌다. 나보다도 더 동생의 마음을 잘 알고 돌봐주는 형아. '엄마 혼자 재밌게 못 놀아주겠어, 얼른 집에 와서 도와줘' 하는 외침이었다.
둘찌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 거실로 나올 때는 해맑았지만 금세 얼굴에 힘이 들어가더니 또 설사를 했다. 축 쳐진 아이를 안고 첫찌가 버스에서 내리는 곳까지 동산을 내려갔다. 그러나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았다. 반갑게 첫찌를 맞고 힙시트의 도움으로 한 팔에는 둘찌, 한쪽 어깨엔 낮잠 이불 가방, 한 손은 첫찌 손을 잡고 다시 험악한 동산을 올라왔으나 마음은 즐거웠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은총인가!)
첫찌가 오니 집의 분위기가 한결 살아났다. 설거지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할 때에도 혼자 방치하는 것보다 둘을 붙여 놓는 게 훨씬 나았다. 비록 중간중간 첫찌의 고자질 소리, 둘찌의 떼쓰고 우는 소리들로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을 마주해야 했지만 이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의 육아가 여기까지 발전하다니 감사할 뿐이다.
밤에 잠들기 전 양사이드에 놓인 아이들의 머리카락과 뺨을 어루만지며 사랑하고 축복하는 인사를 건넨다. 내 쪽을 향해 자기를 안아주라는 둘찌와는 달리 어느덧 몸을 돌아서 저만치 가 잠을 청하는 첫찌의 등을 볼 때면 "엄마 쪽으로 와~~~"하며 애교를 부린다. 소중하고 귀한 내 아이들. 내리사랑을 먹고사는 엄마다. 부디 천천히 자라주길.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