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성찰 일기
새벽 4시 30분,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 내가 남겼던 글에 이웃들의 위로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청귤청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니 몸도 마음도 따뜻하고 달콤하게 충전 완료.
1년밖에 안되었지만 글쓰기로 나를 찾고 있는 시간을 떠올려본다. 4년 전 아이를 출산하고 우울한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육아일기를 쓰며 나를 재양육한다는 기분으로 돌봤었다. 그러다 작년 말 블로그 수업을 받으며 나를 찾고 싶었고, 다시 블로그를 만들어 꾸준히 글을 써왔다. 아이도 귀하고 자기도 귀한 '아귀자귀 육아일기'를 열심히 썼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에 글쓰기 수업을 받으며 글쓰기 주제를 확장시킬 수 있었고, 하반기에도 감사하게 글쓰기 수업을 또 받게 되어 이제는 주제를 하나로 잡고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책 출간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내가 못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의 글감으로 만들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싫은 일도 즐거워질 수 있어 돈을 절약하고 모으기 위한 <엄마의 마음가계부>와 영어공부를 위해 <루씨의 영어해방일지>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내 삶이 너무 자기 계발적이고 실용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도 지금도 삶이 글감이고 글이 삶인 인생을 살고 있는데 왜일까. 전에는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 전복을 따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뭔가 얕은 물 위에서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글을 다 쓰고 얻어지는 결과가 '돈을 아껴서 행복했다, 나는 오늘도 절제된 소비를 했다, 영어 공부를 하니 뿌듯했다, 결국 나는 영어를 잘하게 될 것이다'로 끝나는 게 아쉬웠다. 물론 이 다짐과 뿌듯함들이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내 삶에 중요한 것들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더 깊은 울림을 원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성장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시기의 아이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28개월, 51개월 아이들을 지켜보며 나의 내면아이를 함께 키우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책 출간 욕심도 다 내려놓았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의 이러한 이야기들이 사실 변명이고 핑계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는 신앙이 있어 하느님을 첫자리에 두는 사람이고, 자연과 친구 되기를 원하고, 책을 많이 읽고 싶은 목마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여행도 좋아하고, 걷기도 좋아하고, 요가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과 관심사는 늘 넘쳐난다. 누가 멋진 것을 얘기하면 훅훅 꽂히는 사람이 나다. 앞으로도 계속 방황하겠지만 그래도 점점 나의 줄기는 나답게 자라나 굳건한 기둥이 되어주겠지 믿으며. 흔들리는 내가 멋지게 변화하고 있는 거라고 토닥이면서 다시 힘을 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