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 줘서 고마워!
"엄마 왜 울어?"
"엄마와 우리 가족을 많이 아껴주셨던 할아버지 신부님이 이제 곧 하늘나라로 돌아가실 거라고 해서.. 엄마는 이게 너무 슬퍼서 눈물이 계속 나네.."
잘 놀고 있던 형제들 앞에서 전화를 받고 주룩주룩 눈물이 흘렀다. 나와 남편을 무지 예뻐해 주셨던 신부님, 혼인미사에도 오셔서 함께 집전해주시며 우리를 축복해 주셨던 정다운 신부님이셨다. 혼인 전 신부님께 청첩장을 드리며 식사하던 날 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늘 기억한다.
"부부는 자기가 완벽해지려고 결혼하는 게 아니다. 서로가 하느님 닮은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우기 위해 만나는 인연인 거야."
허허허 웃으며 농담하시는 걸 좋아하셨고, 건강하기만 하셨던 신부님이 어느 날부터 기침이 심해지셨다. 그래도 잘 버티고 계셨기에 이렇게 빨리 악화될 줄은 몰랐는데 엊그제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아이들을 돌본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뵈지 못했던 게 너무 후회스러웠다. 그럼에도 가끔씩 만나면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 주시고 헤어질 때 늘 뒤에서 우리를 향해 강복해 주시던 신부님이 생각나 자꾸만 눈물이 맺혔다.
내가 울고 있는 이유를 듣고는 첫째가 이렇게 말했다.
"응~ 엄마, 할아버지 신부님 금방 돌아올 거야!"
그래 맞다. 비록 몸은 멀어져도 마음으로 함께하면 되는 거니까,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신부님과 기도 안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오히려 아이에게 위로를 받았다.
조금 있으니 설거지하는 내게 첫째가 다가와 무슨 색깔이 제일 좋냐고 여러 색이 칠해진 노트를 내밀었다. 분홍색이라 얘기하고 설거지를 하는데 분홍색만 모은 네모자석을 가져와 내게 선물이라며 주었다. 그 뒤를 질세라 형하고 똑같이 노트에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하고 엄마는 무슨 색이 제일 좋은지 따라와 묻는 둘째였다. 이 아이들은 마치 나의 슬픔을 같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왜 울어?" 그러면 질질 우는 못생긴 얼굴로 뭐가 나를 슬프게 했는지, 왜 속상한지,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왜 우는지 모두 다 이해는 못 하지만 걱정스러운 눈으로 눈물도 닦아주고 조그만 팔을 뻗어 토닥토닥해준다. "고마워, 지음이가 안아줘서 엄마 기분이 나아졌어.", "고마워, 이음이가 뽀뽀해줘서 엄마 눈물이 쏙 들어갔어." 그렇게 슬픔은 나누면 꽤 나아진다는 것, 슬픔의 이유를 잘 이해하진 못해도 위로는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기를 바란다.
<아이라는 숲> p.37
우연히 같은 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이들이 나의 슬픔을 나누려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러나 감사함에 대한 표현을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책을 덮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아까 내게 보여줬던 행동들에 대한 고마움의 인사를 하며 꼬옥 안아주었다.
함께 주일 미사를 드리며 기도한다. 신부님께서 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잘 나누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 편안히 쉬시기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