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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Oct 25. 2024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낙엽을 쓸고 계시던 미화원을 보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며 인도와 도로 경계에서 낙엽을 쓸고 계시던 미화원을 봤다. 열심히 쓸어 모으실 때마다 그러한 수고에 야속하리만큼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바람이 휙 불어올 때마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낙엽들. 그럼에도 꿋꿋하게 빗자루로 쓰레받기에 담고 계셨다. 어차피 뿌려질 낙엽이라고 '에라 모르겠다' 하지 않는 마음, 포기하지 않는 행위 덕분에 우리의 도로는 단정하게 정리가 된다.

집으로 돌아오니 이 방 저 방이 장난감과 이불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널려있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던 중 책상 구석에 쌓여있던 블록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까 본 미화원 아저씨 생각이 났다. 나는 그냥 장난감들을 한쪽으로 몰아넣으며 나자빠지고 싶은데, 쓸고 쓸어도 바닥에 깔리는 낙엽을 보며 그분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깨끗한 마음이고 싶은데 자꾸만 낙엽처럼 거슬리는 것들이 생길 때 우리는 하던 것을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가.

오늘 아침, 새벽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는데 일찍 일어나 버린 아이들과 어젯밤 회식으로 늦은 남편에게 온갖 짜증을 냈다. 아이들이 나를 괴롭히려고 일찍 일어난 것도 아니고, 빠질 수 없는 회식에 남편도 미리 양해를 구했던 상황이었다. 그들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는데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완벽주의가 불러일으키는 분노의 감정이었다. 평정심을 잘 유지하다가도 종종 이렇게 와르르 무너진다. 그렇지만 오늘은 오로지 해야 할 것을 묵묵히 하시는 분을 보았기에 우울한 마음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냥 다시 쏟아진 블록을 주워 담듯 흩어진 마음을 어루만지며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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