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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편 Dec 28. 2020

등장인물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1)

드라마 <다이너스티: 1%의 1%>

매거진 <만약에 웹소설>은 웹소설이 아닌 콘텐츠(영화, 드라마, 게임 등)를 바탕으로 '만약에 이게 웹소설이었다면 어떻게 편집했을까'를 연재하는 곳입니다. OSMU인 작품이라 해도 결국 각각의 개별 작품으로 보기 때문에, 제가 접한 해당 작품 하나로만 판단합니다.

전체 줄거리는 다루지 않으며 '초반 내용의 초고와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편집자가 하게 되는 첫 작업을 중심으로 씁니다.

편집 스타일은 편집자마다 상이하므로, 본 매거진이 모든 웹소설 편집자의 의견을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댓글로 작품을 추천해 주시면 검토 후 리뷰하겠습니다.



<다이너스티: 1%의 1%>는 바다 건너 미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답게 재벌 스케일부터가 엄청나다.

우리가 생각해 왔던 모든 '블링블링함'을 한껏 점철한 느낌이다.



제목부터가 이미 (요즘 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수준이다.

캐링턴 왕조의 대서사를 한껏 관조하란 느낌이랄까.


이 캐링턴가의 인물들이 중심이자 한 축인데, 이들은 재벌의 요소를 모두 퍼부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식들의 뒤통수마저 서슴없이 치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독한(?) 냉혈한 블레이크.

아버지 블레이크의 권세를 충분히 알고 이용하는, 블레이크의 거울이자 그의 그림자를 벗어나고자 하는 야망가 팰런.

불운했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온 끝에 블레이크를 통해 재벌가에 입성한 크리스털.

아버지 블레이크의 경영 철학과 사상에 반대해 반목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게 되는 스티븐.

(후략)


와! 클래식해라.

이 확실한 캐릭터들은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하게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드라마에서 제 역할을 한다.

분명히 그들에겐 주어진 역할이 있고, 누구 하나 기가 눌리는 법이 없다.

그게 주연이든, 조연이든.


하지만 이게 웹소설로 넘어오면 문제가 달라진다.


웹소설은 '연재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한 편당 분량이 오천 자임을 감안하면 당신이 이 왕조의 이야기를 매 회 흥미진진하게 구겨 넣기엔 무리가 있다.

매 회차마다 길게 쓸 수 있으면 그거야 그거대로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어지간한 필력으로는 독자들을 그렇게 잡아두기가 힘들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편씩 힘겹게 팔아 이익을 내야 하는 출판사와 판매처가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종종 나올 이 '경제성'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도 적용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이너스티>에는 주목해야 할 등장인물이 초반부터 너무 많다!


이 드라마의 1화에는 사실상 시즌 내내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인물들 대다수가 한꺼번에 소개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드라마인 만큼 우리는 이 인물들을 분명 어떤 식으로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은 잊어도 그들의 외형은 끊임없이 우리의 눈앞에 등장해 각인되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이렇게 화면에서 한순간에 보인 모습들을 활자로 옮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팰런이 전용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그녀는 캐링턴가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수많은 명품을 걸친 상태였다. 머리의 A 브랜드부터 발끝의 Z 브랜드까지, 그녀가 손에 든 것 모두가 이 세상의 1%를 위한 것이었다. 새하얀 얼굴 위로 탱탱하게 굽이치는 블론드 헤어마저도 그녀의 고급스러움을 한껏 살리고 있었다. 팰런은 자신을 마중 나온 운전기사 컬헤인을 향해 붉은 입술로 씩 미소 지었다.


약식으로 썼음에도 이미 팰런이 등장한 장면에서 묘사되는 게 너무 많다.

화면에선 1분도 되지 않을 장면이 글자로는 한없이 길게 서술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뺄 수는 없다.

1화는 독자들에게 주요 캐릭터를 각인하기 위한 스테이지라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저 위의 네 명부터 그 외 생략된 다른 인물들까지 다 묘사하면 지면이 남아나질 않는다.

아마 장담하건대 모자랄 것이다.

그렇다면 2회, 3회로 나눠서 전부 이렇게 소개하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서사가 진행되지 않는 소설을, 심지어 아직 애정조차 갖지 못한 초면의 소설을 기다려줄 독자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런 소개 몇 번을 거치고 나면 독자는 제일 처음 소개되었던 팰런의 이름을 잊을 게 자명하다.


그러니까 당신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편집자인 나는 이제 1회 안에 이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서사도 진행해 달라고 작가한테 의견을 내야 한다.

가능하냐고?

그게 바로 내 일이다.


이다음 편은 이 수많은 등장인물과 초반 스토리 진행을 어떻게 '웹소설화'할 것인지에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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