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편 Jan 04. 2021

당신이 모든 걸 설명할 필요는 없다 (1)

당신이 간과하는 사소한 것들

신인 작가들에게서 특히 많이 보는 특징 중 하나다.

그들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설명하려 한다.

등장인물이든, 상황이든, 묘사든, 설정이든 뭐가 됐든 한참 나열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


당신은 한 번씩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지를.


웹소설은 작품마다 함의하는 바가 조금씩 다를 순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서사를 기반으로 한 오락물이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진행해서 독자들의 시간을 재미로 채워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말 필요하다면 공을 들여 뭔가를 길게 설명할 순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보통 이런 상황을 맞는 작가들은 이 모든 걸 '정말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니까 작품의 살집은 커지는데 정작 영양가는 찾기 힘들게 된다.


어떤 로맨스 소설의 1화라고 가정하자.

으레 그렇듯 당신은 남녀 주인공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외양을 300자가량을 할애해가며 서술할 수도 있다.

그들의 잘난 이목구비, 그들이 걸치는 옷과 액세서리, 때론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주변인들의 찬양.

이 모든 건 주인공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과정이니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2화부터다.

1화에서 당신은 분명 주인공들의 잘생김과 예쁨, 혹은 어떤 멋짐에 대해 충분히 찬양을 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 못 하고 또 남주인공이 푸른 계열의 빳빳한 슈트를 입었고, 새하얀 행커치프를 넣었으며, 장인의 세공이 들어간 커프스단추까지 달았다고 묘사를 한다거나

또 여주인공이 잘록한 허리를 살려주는 펜슬 스커트를 입고, 곧게 뻗은 다리를 뽐내며 세련된 스틸레토 힐을 신었다고 한다거나.

이런 묘사를 계속해서 집어넣는다.

혹은 1화에서 얼굴 붉히던 이성들이 2화에서도 또 주인공들을 보며 반해서 혼절을 한다.

그리고 이런 묘사들은 파티나 클럽 등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선 또 계속해서 반복된다. 


독자들은 이미 작가의 설명에 자신의 상상력까지 동원해 주인공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머릿속에 각인한 상태다.

그런데 작가인 당신은 독자들의 몰입을 오히려 깰 정도로 설명을 과하게 넣곤 한다.

무대 위에 올라간 배우들이 주렁주렁 뭔가를 계속 달고 있으면 당장엔 눈길이 가겠지만 그들이 어떤 연기도 하지 않는다면 관객들은 금방 질려할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앞에서 열 줄로 설명했다면 그다음엔 한 줄이면 족하다.

갑자기 각 잡은 슈트남이 후줄근한 빈티지룩으로 돌변하는 게 아닌 이상, 굳이 같은 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단 얘기다.


과한 묘사는 그 글의 포인트를 놓치게 만든다.

1화에서 썼던 주인공들의 외양과 특징이 2화에서 갑자기 어딘가로 증발하지는 않는다.

당신이 서술한 내용들은 독자들의 뇌리에 차곡차곡 적립이 되어간다.

당신은 이미 독자들에게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심어놨으니, 필요할 때마다 그걸 꺼내 쓰면 된다.


결국 웹소설에서 중요한 건 서사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놉시스는 당신이 만드는 길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