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자기 계발 이슈는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쓰기 책이 많이 판매되고, 도서관과 문화센터 등에서 다양한 글쓰기 수업이 열립니다. 저에게도 글쓰기 강의 의뢰가 점점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수강생도 다양하고, 의뢰받는 글쓰기 분야도 다양합니다.
도서관이나 복지관에서는 30대~40대 엄마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글쓰기 강의, 기업에서는 20대~50대 직장인 대상 업무용 글쓰기 강의, 대학에서는 20대 초반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공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지요.
누구나 갖는 글쓰기 두려움
엄마들이나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이나 글쓰기 수업 첫머리에 “강의를 듣는 것은 좋은데, 글쓰기 실습은 하기 싫어서 망설였어요”라는 말을 먼저 꺼냅니다. 자발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신청하신 분들도, 글쓰기에는 관심이 있지만 글을 쓰는 것은 싫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혹시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글쓰기를 하기 전에는 먼저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글쓰기의 첫 시작은 바로, 글쓰기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만 글쓰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10명 중에 7~8명은 글쓰기에 두려움이 있구나’고 알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지 않으시나요? 이렇게 글쓰기에 두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글쓰기에 관심이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지금 왜 글쓰기 강의를 들으러 왔는지, 내가 왜 글쓰기 칼럼을 읽고 있을까?’ 이유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처음 시작은 글쓰기의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글을 쓰고 싶도록 이끈 동기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주제들
“나는 글쓰기로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를 생각해 보아요. 이 질문은 글의 주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주제’라고 하니 갑자기 어려운 느낌이 드나요?
글쓰기 주제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거창한 주제를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서부터 생각해 봐요.
작년에 서울, 대전, 경기도에 있는 사회복지사들과 다양한 글쓰기를 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은 글쓰기 주제로 “내가 만났던 클라이언트 중 가끔 생각하는 분, 오늘 업무에서 있었던 일, 내가 사회복지를 왜 선택하게 되었는지, 남편과 여행 갔던 이야기,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 지금 소진이 와서 힘든 이야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생긴 상실감” 등을 썼습니다. 주로 ‘현재 사회복지사로서 삶’을 쓰는 분들과 사회복지사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삶’을 글로 쓰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도서관 문화센터 등에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아이 키운 이야기, 엄마가 되고 생각하는 나의 엄마 이야기, 남편이랑 싸운 이야기, 워킹맘으로 사는 이야기, 여행 갔던 이야기, 경력 단절에 대한 이야기, 내 어린 시절 이야기” 등 을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가장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글쓰기 주제입니다.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
제가 만나본 분들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로 위의 분들처럼 “지금 삶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나 “나를 알고 싶어서”를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나요?
저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20여 년간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상담 공부를 했고, 일상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내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 알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내 안에 숨어있었는지 몰랐던 내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잊어버리러 노력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 함께 묻혀있던 감정들이 몇 십 년 만에 나타나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나를 알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죠.
『글쓰기의 최전선』을 집필한 은유 작가는 ‘왜 내 뜻대로 삶이 살아지지 않는지, 지금 내 삶이 최선일까, 이것이 전부일까’라는 의문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나를 오롯이 대면하여 만나는 시간이었기에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쓴 은유 작가는 밀도 높게 3년간 글쓰기를 하고 나니, 글쓰기를 통해 나의 삶에 말을 걸게 되었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나를 알기 위해서 글을 써본 적이 있나요?
나에 대해 글을 한번 써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무엇인지, 내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무엇인지, 지갑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가 어디인지, 다시는 가기 싫은 장소는 무엇인지,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지, 지금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은 무엇인지, 나를 제일 행복하게 하는 기억은 무엇인지, 내가 꺼려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내가 직면할 수 없어서 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도 세상이 따뜻하고 살만하다고 생각했을 때가 언제인지… 나를 주제로 글쓰기를 해봐요. 글을 쓰며 나를 오롯이 대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죠.
자유 글쓰기 시작하기
자유 글쓰기를 할 때는 노트에 손으로 써도 좋고, 노트북에 적어도 좋아요. 핸드폰 메모로 적어도 좋고, SNS에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적어도 좋아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쓰는 거예요.
나를 찾아가는 글은 나만 쓸 수 있어요.
남을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화려하고 멋지게 쓰지 않아도 됩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활자로 꺼내 놓을 수 있는 글,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지금의 나는 이렇구나… 오늘의 나를 만나는 경험을 해보아요. 가장 좋은 글은 정직한 글입니다.
작가들이 글을 쓸 주제를 정할 때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지금 잘 모르지만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고 싶은 이야기, 글을 쓸 분량에 맞는 이야기’ 중에서 주제를 고민합니다. 여러분은 글쓰기로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요? 업무용 글쓰기 말고, 나를 찾아가는 자유 글쓰기를 해보는 사회복지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