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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될까?

6.27 부동산대책의 현실적 한계

by 하얀자작

이재명 정부는 이전 진보 정권과 달리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강조해 왔다. 게다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현실에서는 앞으로 민생지원금 지급 등 재정지출 확대, 경기 회복을 위한 한국은행 저금리 유지 및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시장 참여자들은 적극적으로 집값 상승에 베팅을 하고 있다. 6월 셋째 주에 서울 아파트값은 6년 9개월 만에 최대 주간 상승폭(+0.36%)을 기록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도 동반 상승 중이다. 이에 비해 비수도권 지방은 미분양과 수요 부진으로 약세가 이어져서 결국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소폭 하락(-0.03%)했다.¹
이런 와중에 2025년6월27일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실질적으로는 이재명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² ‘수도권 부동산시장 규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집값은 통화량 또는 가계의 명목소득을 따라간다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의 추세는 경제의 근원적인 체력, 즉 통화량(M2)으로 대표되는 유동성이나 가계의 구매력인 명목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서 금리 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강력하고 비대칭적으로 나타났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가장 근본적인 동력으로 작용했음³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역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경고⁴해왔다. 실제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정부는 이들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이미 과열된 시장에 추가적인 수요를 주입하는 결과를 낳아, 집값 상승과 정책금융 확대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심리도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확대 계획은 기대심리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며, 실제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한다.


대출규제만으로 집값을 누를 수 있나?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출 규제만으로 가격 자체를 제대로 억누르거나 추세를 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LTV·DTI 강화,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규제 시기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이 맞물렸을 때 서울 등 핵심 지역의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던 역사적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대출 규제를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만능열쇠'로 보는 것은 명백한 한계를 가진다.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이미 주택시장은 심각한 공급부족 국면에 진입해 있다. 서울의 아파트 착공 물량은 최근 몇 년간 급감했고, 이는 향후 2~3년 내 입주 물량 급감, 즉 ‘공급 절벽’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경색, 재개발·재건축의 복잡하고 더딘 절차, 그리고 원자재·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공급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단기간에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더구나 가격을 선도하는 선호지역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규모 주택건설 프로젝트는 부지 확보부터 실제 건설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수요와 공급 측면의 구조적 충돌은 주택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확대가 수요를 급격히 부양하는 반면, 공급은 구조적 문제와 정책적 제약으로 인해 따라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돈이 너무 적은 상품을 쫓는’ 상황이 되어 주택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다. 정책에 의해 촉발된 수요 팽창 속도를 물리적 주택 공급이 따라잡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5년이라는 대통령 임기 내에 수급 균형을 통한 가격 안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대출 억제는 단기적 리스크 관리 수단에 불과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왜 이토록 강력한 주택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일까? 이번 대출규제 정책 목표를 '주택가격 안정'보다는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와 '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시중에 풀린 돈과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도, 그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는 대출받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이는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과도하게 흘러 들어가는 걸 막는 방화벽과 같다. 가계부채는 당장은 소비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키고 금융 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든다. 만약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빚을 갚기 어려워지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모두 부동산 거품 붕괴와 과도한 빚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번 대출규제 강화는 향후 갑작스러운 경제 위기(경착륙)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보아야 한다. 당장 주택가격 급등을 제어하는 것보다, 앞으로 금리가 오르거나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가계가 무너지고 금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사태를 예방하는 조치로 이해하여야 한다.


주택시장 혼란에 냉정하게 대처해야


과거 진보 정권 시기 주택 시장의 경험에 비추어 현 정부 출범 이후 사람들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2025년 7월로 예정된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심리는 거래량과 가격의 동반 급등세로 이어졌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이와 같은 시장 과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제 곧 주택시장이 당분간 혼란에 빠질 것은 자명하다. 빚을 내어 아파트를 사려던 사람들의 기가 꺾이고, 좋은 값에 집을 팔려던 사람들은 혼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통화량(M2) 관리나 우량 입지의 대규모 택지 공급과 같은 근본적인 수급 대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이번 대책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나 의미 있는 집값 하락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효과는 가계부채에서 파생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일부 완화하는 수준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향후 수년간 국내 주택 시장의 큰 흐름은 이번 같은 대증적 조치보다는 국내외 거시경제 여건 변화나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여부와 같은 외생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조치로 인한 단기적 시장 변동에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시장의 기조적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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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2) 이에 관해 대통령 대변인은 “금융위원회에서 나온 대책이며, 대통령실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이 입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한겨레신문, ‘대통령실 부동산 규제 우리 대책 아냐 선 그었다가 논란에 급해명’, 2025.06.27.)
(3)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2023.01.30.
(4) 조선일보, ‘한은도 금융취약성 경고…가계부채·자산버블 13년만에 최악’,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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