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독일의 유명 과학 전문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가 2025년4월 ‘South Korea is over’라는 제목의 콘텐츠¹를 공개했다. 내용은 한국 경제와 인구 전망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인데,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초저출산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으며, 2060년이 되면 현재 인구의 30%가 사라지면서 그 때가 되면 현재의 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들어가서 사는 사람 수가 줄어들면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기존 주택이나 새로이 짓고 있는 신규주택 모두를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현실이 된 인구축소 사회
한반도를 덮치는 인구 절벽의 그림자는 2023년 0.72명이라는 충격적인 합계출산율과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 2050년, 대한민국은 4,700만 명의 인구로 쪼그라들고, 경제의 허리인 생산가능인구는 34%나 급감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암울한 전망²은 우리 사회의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특히 수도권 밖에서 총인구는 물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수도권도 인구구조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한국 경제ㆍ사회의 심장부인 서울과 경기도도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권에 들었으며, 주택 시장의 지형마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은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주택수요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묘한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2023년 940만 명에서 2050년 792만 명으로 15.7%의 인구 감소가 예상되지만, 핵가족화와 비혼주의 심화로 1~2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택 수요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이 45%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은 소형 주택(예를 들어 20~40㎡)에 대한 수요가 탄탄할 것임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택 공급(2023년 주택보급률³ 93.6%)이 재개발·재건축 지연과 고질적인 용적률 규제라는 낡은 족쇄에 발목 잡혀, 주택 수급상황은 상당히 빡빡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곧 경제 위축
15~64세의 인구를 뜻하는 생산가능인구(또는 생산연령인구)는 OECD나 ILO 등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이들은 당연히 생산활동의 중심 역할을 한다. 일상 소비재들은 물론 음식, 교육 등 개인서비스 소비가 활발하며, 자동차ㆍ가전제품 등 내구재의 주 소비층이기도 하다. 특히 소득에서 소비를 뺀 저축, 다른 말로 자본축적이 왕성하여 주택 구매나 금융투자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연령대이다.
독일이나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 연령대 인구의 감소는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내수시장을 위축시킨다. 일본에서 1990년대 주택 거품 붕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주택 수요가 줄어든 것이 주 원인으로 분석되고⁴ 있다.
수도권 인구는 계속 유지되고 경제를 지탱할까?
이러한 배경에서 서울의 주택 시장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양극화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다. 생활편의, 여가ㆍ문화, 교육 여건과 교통망이 좋은 강남, 용산, 마포 등의 역세권과 도심권은 소형 주택마저 연일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노후화의 그늘이 드리운 노원, 도봉과 같은 외곽 지역은 속절없이 빈집이 늘어가고 매매 가격마저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더욱이 2030년 서울의 생산가능인구가 2023년 대비 14.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혁신성장 동력의 약화와 함께 장기적인 주택 시장 침체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반면, 경기도는 서울로부터 밀려나는 인구와 신도시 개발이라는 두 동력에 힘입어 당분간 주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5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경기도로 주거를 옮겼고, 이 중 40%가 새로운 주택 수요로 이어졌다. 동탄, 운정, 교산 등 3기 신도시 개발은 2030년까지 35만 가구라는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하며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59~84㎡의 중소형 아파트가 이들의 선호 대상이다. 이 단위면적대 아파트가 2023년 경기도 분양 시장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판교, 광교와 같은 자족형 신도시도 직주근접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앞세워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역시 인구구조 변화의 도도한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다. GTX 노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향상되는 고양, 부천, 의정부 등 일부 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의 훈풍을 맞은 데 비해, 투자계획이 지연되거나 불투명해진 데다 고령화와 청년 유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평택, 안성 등 외곽 산업 도시들⁵은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빈집 증가와 임대료 하락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결국 경기도의 주택 시장도 역시 장기적으로는 인구 정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주택시장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야
이상을 요약하자면, 인구수 감소나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로 바뀌는 것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 및 집값 부진이 비수도권과 경기도 일부에서는 벌써 현실이 되었으며, 나머지 경기도는 몇 년 뒤쯤에 한계에 다다를 것이며, 이어서 서울까지도 이 영향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인구 요소가 주택시장으로 전이되는 과정은 수 십여 년 장기적으로 볼 때 일정한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 년간 정도 짧은 기간 동안으로 좁혀 보면, 사회ㆍ경제 현상의 변화 과정에서 원인 인자의 파급력이 일정기간 누적되다가 일시에 한꺼번에 쏟아져 결과를 낳는 단속적인 변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패턴을 상정할 때 경제활동인구 감소라는 인구통계적 요인이 갑작스럽게 주택수요를 붕괴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1~2인 가구의 증가로 뒷받침되는 소형 주택 수요마저 감소세로 전환된다면 서울 주택시장도 예상보다 빠른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책당국은 이에 대비하여 주택시장의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미리 취할 필요가 있다. 주택을 ‘자산’이 아닌 '거주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에 의한 주택 공급을 공공 위주로 전환을 서둘러 집값 상승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노후주택의 개량이나 유휴 부동산의 주거로 용도 전환 촉진 등을 통하여 주거시장의 수요 압력을 미리미리 흡수하여, 소득에 비해 지나친 집값 수준이 서서히 하락하도록 유도하여 연착륙 시켜야 한다.
그리고 노동가능인구가 아닌 연령대에게 닥칠 주택 자산가치 하락에 따르는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주택연금, 역모기지 등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금융상품의 보급에 힘써야 한다.
-----------------------------
(1) https://www.youtube.com/watch?v=Ufmu1WD2TSk ; 이 콘텐츠 제작을 황지수 서울대학교 교수(노동경제학자)가 자문했다.
(2) The Korea Times, ‘Working-age population to plunge 35% over next 30 years’, 2022.05.26.
(3) KOSIS 국가통계포털
(4) 이근태 외,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LG경제연구원, 2017.
(5) 통계청, ‘지방소멸위기지역 현황’,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