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평
오락가락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역 지정과 해제
2020년6월 삼성동∼잠실동 일원에 ‘국제교류복합지구’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당시, 서울시는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행정구역 소재 아파트 매수에 대해 토지거래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이후 공공 또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주요 재건축단지(이상 서울시 지정), 용산국제업무단지 예정지(국토교통부 지정) 부근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었다. 이 지역에는 나대지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이 지상건물과 그 부지와 함께 있는 복합부동산¹이다.
당초 이 곳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한 시장은 박원순의 유고에 따른 권한대행 서정협이었다. 이어 시장으로 취임한 오세훈도 당초 1년인 시행기간을 연장하며 규제 대상도 조금씩 확대해왔다. 그러던 중 2025년2월에 갑자기 허가구역 내 대부분의 지역을 ‘지정해제’하면서 재건축아파트만 허가대상으로 남겼다.
그런데 이 조치로 그동안 숨죽이던 아파트 가격상승 기대가 폭발적으로 분출되자, 서울시는 국토부까지 불러들여 39일만에 급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다시 되돌리면서 오히려 그 범위를 강남구, 송파구는 물론 서초구, 용산구까지 포함하여 넓게 지정하였다.
애초부터 비뚤어진 토지거래허가 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근거는 현재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제1항이다. 이전에는 2017년6월 이전에는 ‘국토이용관리법’(1979년∼2002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2003년∼2017년5월)에 따라 토지거래허가 제도가 운영되었다.
이 제도의 당초목적은 국토계획의 수립과 진행, 바람직한 이용을 위해 투기적 토지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 급등이 발생했거나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즉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 산업단지 또는 대형 SOC가 조성되는 미성숙지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러던 중, 참여(노무현)정부가 취임 초부터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위헌 소지가 크다는 비판에 무산되었다. 대신에 토지거래허가 기준를 일부 조정하여 주택정비사업 구역에 지정함으로써 투기를 억제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2005년10월부터 도시지역 내에 대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에는 공공 도시재정비구역(신속통합기획 재건축 및 재개발, 공공재개발 등)에 예외 없이 적용하고 있다. 허가대상 면적 기준도 대폭 낮춰 소형 연립ᆞ다세대에 대한 투기거래까지 차단시키고자 했다.² 결국 관청 간판에 ‘토지 거래허가’라고 써 놓고 사무실 안에서는 ‘주택 거래허가’로 운용하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제도, 효과는 있었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 시행이 거래량만 줄일 뿐 집값을 잡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삼성동 등 4개 동의 아파트가 규제 대상이 된 이후 2년간의 흐름을 보면, 앞서 2년간에 비해 거래량이 평균 -58.7% 감소했음에도 매매가격은 평균 +23.8% 상승하여 규제 전(+20.8%)에 비해 그 속도가 빨랐다.³ 신한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거래상 애로에도 불구하고 학군ㆍ교통상의 우월성이 부각되고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가격상승세가 꺾이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2025년2월 기준 대치동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8,745만원, 잠실동 7,898만원, 삼성동 7,663만원, 청담동 7,418만원 등에 이르렀는데, 이는 강남구나 송파구 내 비규제 지역에 비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아파트 거래허가 제도
서울 강남3구나 용산구의 아파트 거래에 부과되는 ‘토지거래허가’는 사실상 아파트 거래허가 제도이다. 진보인사 고 박원순 시장의 서정협 시장권한 대행 때 첫 지정도 무리하게 남용된 소지가 있었다. 국제교류복합지구가 개발된다고 해서 그저 땅투기하는 투기꾼들이 시세차익을 노리면서 주변 빌딩이나 아파트를 매수하려 몰려들겠는가? 그 당시의 서울시 입장으로서는 대형 개발호재 발표에 이어질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한다는 비난을 피하면서 한편으로 진보정권 특유의 강남 아파트 값을 반드시 억눌러야 한다는 사명감이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앞서 본 것처럼 토지거래허가 제도로 단속한다 해도 개발 호재나 입지의 우월화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가격 결정은 시장에 맡기고, 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⁴나 금융 제한 등 간접적 규제수단을 활용하여 가격의 변동을 완만하게(smoothing)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그저 거래 규제로 부동산의 유동성만을 억제시킨 반시장적 조치는 보수정권인 후임 오세훈 시장 때에도 이어졌다. 당초 1년간이던 시행기간을 계속 연장하여 왔다. 그러던 중 윤석열 탄핵심판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2025.02.13.에 오세훈 시장은 갑자기 잠실동 등 4개 동 소재 아파트(재건축 아파트는 제외)에 부과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다분히 탄핵심판 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동으로 볼 만하다.
이후 해제된 곳은 물론 강남 등 인기 지역의 집값이 다시 급등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처럼 상승세가 급격히 번진 까닭은 이 해제 조치가 강남3구 및 용산구를 대상으로 한 투기지역 지정 등 규제 해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조치를 행한 시점이 매우 부적절했다. 이 때 부동산시장 여건은, 연초라서 은행의 가계자금 대출 여유가 충분한 데에 더해 한은 기준금리도 인하된 데다,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적용되어 개별 대출한도 축소가 예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수요자들은 미리 상반기로 매수를 앞당기려고 생각하고 있던 때이다. 이러한 민감한 시기에 굳이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해제한 것은 “모닥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지경이 되자 결국 국토교통부까지 나서서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하면서 그 범위를 크게 넓힐 수밖에 없었다. 2025.03.24.에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와 용산구 소재 아파트를 대상으로 우선 6개월 동안 시행하고, 그 추이를 보아 가면서 범위의 확대나 연장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과도한 정책 대응도 역시 부적절하다. 즉 아파트 거래에 ‘정책적 꼼수’인 토지거래허가 제도를 더 광범위하게 시행한 것이며, 이는 시행기간 동안 개인의 재산권 활용이나 경제행위를 왜곡시킴은 물론, 나중에 시장조절기능을 제약하게 될 수 있다.
국회ㆍ행정부가 할일을 제대로 해야
기본적으로 부동산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정부는 단지 그 변동이 과도할 경우 간접적인 수단으로 조절함이 옳은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한지 15-20년이 흐르는 동안 국회나 행정부와 담당공무원들이 기형적인 “아파트 거래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제도 적용”을 대체할 정책 수단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국가가 준비할 일을 방기해온 것이다.
2025년에 강남ㆍ송파구 내 4개 동 내 아파트의 토지거래허가를 해제한 후 불과 39일만에 해제를 번복함은 물론 거래허가 의무를 4개 구로 확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후속 조치가 시장을 제대로 안정시키는 것도 아니며, 단지 아파트값 상승의 모멘텀을 강제로 억누르는 대증적(對症的)인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2005년 이후 한국의 주택가격 정책을 보면, 수급에 따른 가격 변동폭을 안정시키고 불로소득인 자본소득을 공정하게 흡수하여 재정 및 주거복지에 배분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서울특별시의 진보 시장은 재임 10년 동안 중앙정부와 함께 신축주택 공급에 소극적인데 더해 선도 지역의 아파트값을 억누르면서 서민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구사하여 시장가격을 왜곡시켰다. 이어진 보수 시장은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시장 정상화를 도모했다. 그럼에도 그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을 염려하여 토지거래허가 제도를 남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국토부나 국회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음에도, 근본적으로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며(등락 폭을 완화하며) 주택 구매ㆍ보유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정신차려 국가의 주거 철학을 가다듬고 공정한 주택 시장을 정착시키는데 필요한 정책과 제도 구축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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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복합부동산’이란 토지와 그 토지위의 정착물이 각각 독립된 거래의 객체이면서도 마치 하나의 결합된 상태로 다루어져 부동산 활동의 대상이 되는 부동산을 말한다.
(2) 주거지역 180㎡→18㎡, 상업지역 200㎡→ 20㎡ ; 2021.4.21.
(3)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자료.
(4)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로서 전용면적 245㎡(74평)[복층이라면 274㎡(83평)]을 넘을 경우 지방세법 상 고급주택에 해당되며, 이에 따라 취득세 중과세(8% 추가), 재산세 5배 중과된다. 실제에 있어 강남구 ‘PH129’나 용산구 ‘나인원한남’은 기준면적에서 A4종이 한장 크기만큼 모자라서 고급주택이 아니며, 서초ㆍ강남구의 국민평형 아파트는 가격이 30억원 내외임에도 고급주택에 해당되지 않는다. 50년전에 만들어진 이 기준은 현실적으로 면적기준은 물론 6억원이란 금액 기준도 그저 코미디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지방세법의 고급주택 판정 기준을 가격으로 단순화(비현실적 기준가격은 상향)하여, 고가주택에 대한 취득세율 및 재산세율 인상, 양도소득세의 누진세율 높임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