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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하면 아파트값 오를 텐데

사람 세상 돈 세상

by 하얀자작

기준금리 인하나 추경 집행 뒤 통화량 증가는 필연적


한국의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자영업자와 영세기업의 경영환경이 극도로 악화¹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 확대나 대출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것 같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낮아져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늘고, 이 자금이 예금이나 소비, 투자로 이어지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자금, 즉 M2(광의통화)가 증가한다. 한편 행정부가 추경을 편성·집행하면 정부 자금이 공공기관, 기업, 가계에 직접 투입된다. 이 자금은 수혜자의 은행 계좌로 들어가 예금이나 현금 등으로 시중에 남거나 소비·투자에 쓰인다. 이 과정에서도 시중 통화량, 즉 M2가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 집행 모두 시중에 돈이 풀리는 경로를 통해 M2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소비와 투자 확대, 자산시장 활성화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M2(광의통화)의 변동이 집값의 중장기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라는 주장은 국내외 부동산 시장 분석에서 널리 제기²되어 왔다. 이 논리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실물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결국 따라 오른다’는 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M2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동조화 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나 통계가 적지 않다.


늘어나는 통화량이 생산이나 소득증가로 연결되지 못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 예방 및 회복을 위해 통화량 M2를 꾸준히 증발하였으나 결국 생산과 소득 증가로 연결되지 못하였는데, 이를 마샬 k(Marshall’s k)를 통해 알 수 있다. 마샬 k가 높아진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거나 잠재성장률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기업이나 사람들이 투자나 소비를 줄이는 대신 현금 또는 유동성 자산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돈이 시중에 원활히 순환하지 않고 정체하게 되었고, 결국 돈이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환류 되어 이자율이 낮아져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 선호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실물경제 활동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에 머물러, 정부나 금융당국의 기대에 못 미쳤다.

(표) 마샬 k.png


아파트 가격은 통화량 M2를 따라간다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은 M2 통화량의 증가와 뚜렷한 동행성을 보인다. 특히 M2 증가율이 명목 GDP 성장률을 초과하는 '초과 유동성' 시기에는 자산 가격 급등의 전조가 나타났다. 이는 풍부해진 유동성이 실물 경제를 넘어 부동산과 같은 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로를 명확히 보여준다. KDI 정대희의 연구³에 다르면 “통화량 M2가 1% 증가할 때 전국 주택가격은 4분기(1년)에 걸쳐 누적적으로 0.9% 상승한다”고 한다. 동일한 충격에 종합물가지수인 GDP디플레이터가 0.5% 상승하는 데 비해 훨씬 탄성치(민감도)가 높은 것이다.
필자가 2000년 이후 M2 변동에 따른 아파트가격의 탄성치를 분석해보니, 전국적으로 0.92배이며, 최고점에는 4분기 뒤에, 그 효과는 약 8~10분기에 걸쳐 지속되는 것⁴ 같다. 표에서 보듯이 강남3구의 탄성치가 1.95배로 가장 높고, 효과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비수도권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통화량 증발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표) 탄성치.png

이는 한국의 아파트 시장이 통화량 변동, 즉 통화나 재정정책에 대응해 코어-페리퍼리(Core-Periphery) 관계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통화 팽창이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투자 수요가 집중된 '코어' 지역(서울, 특히 강남)에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는 통화 정책이라는 무딘 도구가 사실상 특정 지역에 대한 강력한 부양책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먼저 코어 지역의 가격이 급등하면 비핵심 지역과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게 되고, 이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변 지역으로 부동산 수요가 확산되는 파급 효과(spillover effect)가 뒤따른 것이다.

또한 금리는 아파트 가격에 뚜렷한 역(-)의 관계를 가지며, 특히 주택담보대출금리의 변동은 구매자의 자금 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수요를 조절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금리 변동의 영향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주택 가격에 크게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2021년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보다 폭발적인 유동성 공급이 가격 급등의 주된 동력이었음을 확인했으며, 2022년말~2023년초의 급격한 금리 인상(기준금리가 +3.0%p)에 따른 유동성 경색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가격을 빠르게 냉각시킨 경험이 있다.


다가올 금리 인하 및 재정 확대가 집값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질까?


향후 2~3년간 아파트 매매시장 전망은 상충하는 여러 힘의 균형점 위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준 시나리오는 '제약된 안정화' 국면이다. KDI 등 주요 기관은 한국 경제가 2025년 0.8% 수준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주택 구매력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6.27 가계부채 관리대책과 함께 2025년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과 같은 강력한 대출 규제는 금리 인하의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다. 이러한 수요 억제 요인들은 2025~2026년에 예정된 비교적 안정적인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각각 4.7만호, 2.4만호)과 맞물려 전국 아파트 가격을 당분간 보합세로 이끌 전망이다.

(표) 서울 아파트 공급 전망.png

그러나 이 안정세는 잠재적 변동성을 내포한다. 상방 리스크는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현실화될 수 있다. 반면, 하방 리스크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국내외 경제 충격과 맞물려 신용위기를 촉발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파트 시장의 전환점은 2026년 말에서 2027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점에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어 수요 측면의 부담이 완화되는 동시에, 2023~2024년 인허가 물량 급감에 따른 '공급 절벽'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완화된 금융 환경과 구조적인 공급 부족의 만남은, 특히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격 상승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방향은?


현재 한국의 아파트 시장은 단기적으로 경기 둔화와 강력한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20 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공급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향후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등 거시경제 정책에 따른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집값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정교하고 균형 잡힌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수요가 집중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여 수요자들이 꾸준한 우량 주택 공급이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즉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거시적 정책수단 시행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큰 무주택 실수요자,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여 내 집 마련의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장기 임대주택, 역세권 청년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 주거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경기진작효과가 그리 높지 않은 기준금리 인하 등 유동성 확대 정책에 신중을 기하고, 소비쿠폰 지급이나 영세상인·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이나 재정 지원도 M2가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결국 단기적인 가격 안정 대책과 중장기적 공급 확대, 실수요자 지원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만 주택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 안정망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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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합뉴스, ‘자영업자 63.4% "올해 경영환경, 작년보다 악화; 한경협 조사”, 2025.06.26.
(2) 뉴스1, ‘진보정권에선 집값 오른다? [박원갑의 집과 삶]’, 2025.06.23. & 유튜브 경제맛집 박정호TV, ‘진보정권 집권! 또 부동산 폭등하나?’, 2025.06.08.
(3) KDI,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19 경제위기’ 정대희, 2020.11.11.
(4) 2000년 이후 월별 M2와 아파트매매가격지수 데이터를 벡터자기회귀(VAR) 모형으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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