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입장에서 재건축 따져보기
준공 후 4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노후 아파트의 물리적 실체는 처참하다. 벽면에서는 시멘트 가루가 떨어지고, 배관은 녹슬어 붉은 수돗물이 나오며, 주차장은 매일이 전쟁터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건물은 회계상 감가상각이 이미 끝난, 가치가 0원에 수렴하는 폐기물에 불과하다. 오히려 재건축을 진행할 때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부수어야 할 대상이다. 건물만 따진다면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철거 비용이라는 부채를 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행정청이 발행하는 공시가격 통지서는 이러한 상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건물은 썩어가는데 공시가격은 거꾸로 치솟는 이 기이한 현상은 단순한 계산 착오가 아니다. 이것은 재건축 조합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사업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행정적 모순이자 거대한 덫이다.
이 모순의 중심에는 토지 공시지가¹와 공동주택 공시가격 사이의 비정상적인 괴리, 즉 어긋난 패리티(Parity)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 공표된 공시가격 열람(안)을 보면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아파트의 사례를 보자. 아파트 대지권의 바탕인 ‘토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고작 4% 인상에 그친 반면, 지은 지 40년이나 된 아파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0%를 넘게 인상되었다.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이론적으로 토지비와 건물비의 합산으로 결정된다. 토지 가치가 거의 제자리걸음인데 전체 주택 가격이 40% 이상 올랐다는 것은, 행정청이 40년 된 낡은 건물의 가치가 1년 만에 수백 퍼센트 상승했다고 평가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자산의 실질 가치와 공시가격 간의 등가성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이며, 증세를 목적으로 낡은 콘크리트 덩어리에 허황된 가치를 부여한 약탈적 행정 계산법이다. 굳이 그 아파트의 시세를 감안하여 공시가격을 올린 것이라면 토지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데, 엉뚱하게 곧 철거를 앞둔 잔존가치가 거의 없는 건물분에 잔뜩 얹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공시가격의 불합리한 효과는 비단 이 아파트의 경우에 한정하지 않는다. 적어도 서울에 있는 거의 모든 노후 아파트에 공통된 문제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그 재건축 단지가 투기과열지구 중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²일 경우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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