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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egil Jan 19. 2023

카페투어가 일이 됐습니다.(2)

마지막

카페투어가 일이 됐다.


나의 소개글이 매장에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면 독이 되었을까 생각이 든다. 가끔 카페투어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의 게시물과 블로그를 본다. 커피 관련 정보를 적어봤자 관심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들처럼 방문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내용을 적으며, 무료함을 달래는 용도로 사용했다면 지금보다는 많은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내 게시물을 보고 방문할 소비자를 위해서 5번 이상을 방문한다. 한 달, 두 달마다 원고를 제출하기 전에는 나의 예상과 경험이 매장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지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고 일회성 콘텐츠를 찍어내서 좋아요를 받고 유명해지면 될 텐데 아무도 모를 어리석은 짓을 반복한다.


어리석은 짓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는지 확인차 오픈톡이나, 바리스타가 아닌 소비자 분들과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애국심이 아닌, 한국에 존재하는 자랑스러운 카페, 바리스타를 알리는 나에게도 커피 맛집은 있는지, 또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냐는 의심 가득한 질문을 한다. 다른 이는 한국의 모든 카페는 인스타그램 감성에 미쳐 있다는 말을 한다. 또 다른 이는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한 카페를 갔더니, 유리창 앞이나 테이블에서 셀카 찍는 사람이 한가득해서 다시는 안 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아주 가끔 나의 존재를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카페를 소개하는 작가라고 하면, 인스타그램에서 게시물 올리는 사람이냐고 되묻기도 한다. 뭐가 됐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나에겐 기분 나쁜 말이지만 그들에겐 영광이지 않을까. 혹여, 틀렸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개인의 '취향'이나, '상황'에 묻어버리면 그만인 세상이니까  말이다.


<문제>

대화 내용이나, 상황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정말 잘못하고 있는 공통점을 말하기에 앞서 내 개인적인 견해를 말해본다. 이 시장은 크게 3그룹으로 분류된다. 첫째, 바리스타, 둘째, 인스타그램, 셋째, 모르는 소비자가 되겠다. 스페셜티를 다루거나, 카페에서 일하면 바리스타 된 줄 알고 으쓱대는 나 같은 아르바이트생과 직업만큼 진입장벽이 낮아 손쉽게 관심받기 좋은 인스타그램이자,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나. 커피에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 모를 수밖에 없었던 일반 소비자였던 나.


모를 수밖에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콧대만 높아진 사람. 모른다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소비자가 모르는 게 되려 게시물의 성공 비법인 사람. 마지막으로 불평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귀 닫은 사람이 있다. 하루 만에 망하거나,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3 조합의 공통점은 알려주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 거다. 어느 순간까지는 좋아 보였으나, 그들 스스로 진입장벽을 낮게 만들었고 아무렇게 말해도 좋은 이용거리로서 이유 없는 갖은 짬뽕 문화로 전락시켜 버렸다. 우리는 이에 대한 근거가 필요가 없을 정도로 티비 프로그램,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공감을 하고 매장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는가.


<카페투어를 그만두었습니다.>

내가 아는 매장과 바리스타는 세상 친절했고 좋은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바쁜 곳이다. 이것 또한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로 끝나니 마음이 아프다. 좋다고 말한들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 알려고 하는 사람 없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전달하는 방식에도 오류가 있지만 이제 와서 새롭게 수정하기에는 떨어뜨린 구슬이 너무 많아서 줍기도 힘들다. 어차피 내가 아는 밝은 커피 시장과 어떤 이의 어두운 커피 시장은 극도로 다르고 서로 아는 만큼이나, 찾아가고 싶은 곳도 다르다. 카페투어를 하는 사람이 많아서 카페투어를 하는 게 나의 만족으로 보이지 않는 시대가 됐다. 애초에 취미나 일이라는 것도 그걸 알고 있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어줍지 않게 알거나, 모르는 이에겐 따라 하기에 불과하다. 요즘 자주 들리는 말이 생각나는데 이곳은 작은 중국이 맞는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 카페를 다닐 시간에 잊어버린 지식을 다시 공부하며, 나의 경험을 불쾌하지 않게 전달하는 방법도 터득해야겠다. 사실 이 모든 잘못됨이 나라는 사람 됨됨이에서 나왔음을 늦게 알았을지도 모른다. 이건 나에게 하는 진솔하고 솔직한 말이지만 나뿐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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