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라니, 내가?
내가 처음에 가고 싶었던 스타트업에서 떨어지고 나서 한동안 기가 죽어있었다.
전에 취준생일 때 대기업에 떨어져도 '노오력'을 안했다는 합리화할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난 최선을 다했고, 그곳과 맞지 않아서 떨어졌다.
"어쩔 수 없지, 안 맞는 건데 뭐" 할 수도 있었지만,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애써 마음을 추스리며 내가 가고 싶은 스타트업을 찾던 중, OEC 장영화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핀테크 회사 한 군데를 소개해줄테니 자소서를 넣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오셨다.
"그냥 시간 보내는 것보다, 3개월 커리어를 쌓는 다는 생각으로 지원해보는 게 어떨까요?"
백수 탈출, 너무나도 반가운 소리였다.
그러나 나는 섣불리 오케이 할 수가 없었다.
장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곳은 '핀테크'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이다.
Financial과 Technology의 합성어. 핀.테.크.
솔직히 말하면 난 금융쪽도 기술쪽도 잘 알지 못했다.
이런 내가 이 회사에서 과연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자꾸 망설여졌다.
하지만 나는 결국 자소서를 넣어보기로 했다.
도저히 SNS를 통해 들려오는 또래 친구들 소식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만 뒤쳐지는 그 기분. 정말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금융기술 쪽에는 전혀 경험이 없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경험을 기반으로 자소서를 써냈다.
그리고 얼마 안되어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인터뷰를 해보자고 요청해온 것이다. 인터뷰 장소는 구글캠퍼스였다.
"도대체 이 대표는 나의 어떤점을 보고 인터뷰를 보자는 거지?"하는 의문과
"구글캠퍼스라니! 구경해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대표님을 만났다.
대표의 첫 인상은 꽤 좋은 편이었다.
캐주얼한 의상과 울림있는 목소리에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 사람이 얼마나 내 자소서를 꼼꼼히 읽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면접 직전에 부랴부랴 읽은 느낌이 아니었다.
얼마 안되는 이력이지만 대표는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내가 일 하는 방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왔다.
바로 직전 이력인 언론사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점을 기반으로 열심히 대답했다.
대표님은 마지막으로 내게 '질문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솔직하게 물었다.
"대표님, 저는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기술에 대해서는 더욱 무지하구요. 제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이에 대해 대표는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다.
"저희 회사는 핀테크를 바탕으로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금융은 연주님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차차 배워나가게 될거라 생각하구요. 기술에 대해서 몰라도 할 일은 정말 많습니다"
딱 이 한 마디로, 내 마음이 정리됐다. 이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혹시나 대표 마음이 바뀔 것이 걱정될 정도였다.
면접을 이틀 뒤, 함께 일해보자는 오퍼를 받았다.
날아갈 듯이 기뻤다.
우연히 첫 출근이 내 생일과 겹치는 날이었다.
26번째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난 깨달았다.
인터뷰 때 대표가 말한 "할 일은 정말 많습니다"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할 일이 태산과 같다는 의미였음을...
배울 것도, 할 것도 많은 이 곳.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내가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에 대해 끄적여볼까 한다.
p.s. 글 쓰는 거...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흐엉 그래도 매번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