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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ro Mar 13. 2022

영업직이 잘 맞는다는 착각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니까

본인이 왜 영업 직무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첫 취업 준비 시절, 영업직에 지원하게 된 건 엄청난 포부가 있다거나 세일즈에 관심이 있어서라 하긴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문과 출신인 내가, 그것도 상경대 출신이 아닌 상황에서 지원할 수 있는 직무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러니까, 가장 '만만해'보였다. 비상경 문과생도 지원할 수 있고, 영업직은 뽑는 TO도 다른 직무 대비 많아 보여 나에게 취업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리로 보였다.


 하지만 으레 영업직에서 여성은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내가 본 면접에서도 여러 차례 "영업이 사실 여자가 하기 어려운데. 괜찮으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뭐, 성별이야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내가 꽤 영업직에 잘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즐기고,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말을 잘하는 편이다.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도 괜찮고, 영어 강사 시절에도 학부모님을 설득해 방학 특강을 등록하게 하는 - 일종의 영업 - 일을 잘해서 인센티브를 두둑하게 받은 일도 여러 번 있었다.

 따라서 나는 '커뮤니케이션'과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니, 당연히 영업직에 잘 맞을 거로 여겼다.


 그리고 얼마 뒤, 엄청난 오산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에서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지, 모르는 사람에게 문전박대당하는 상황에서도 웃는 얼굴로 대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점 역시 영업 매니저로서 응당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임을 미처 몰랐다.



영업을 알면 사업이 보인다



 영업을 하며 가진 불만 중에는 사람 간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회사와 사업, 경영관리에서 '찍어 내려오는' 목표 숫자와 정책을 무작정 따를 수밖에 없단 점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클라이언트를 대면하는 영업 사원에게는 큰 무기가 있다. 바로 '고객의 니즈 파악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고객의 생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자니 서비스에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할지 명확히 보였다.

 그래서 고객의 불만을 그저 스트레스 요소로 치부하고 한 귀로 들리기보다는, 메모를 해두었다가 주간회의에서 발의하거나 팀장님, 실장님께 메일로 bottom-up이 가능할 법한 과제를 올렸다.


 결국 영업기획을 거쳐 현재 사업기획 업무를 하기까지, 내가 영업을 했다는 점이 아주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상품이나 정책 하나를 기획해도 고려할 수 있는 고객의 대상과 시각이 실제 현장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보다는 다양했다. 

 비슷하게도 입사 당시 나와 함께 영업하던 동기들 중에는 현재 마케터, 개발자, 신사업 기획 등 다양한 직무에 포진해있다.


 특히 나와 같은 문과 출신의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은 학과와 성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업 직무에, 나와 비슷한 이유로 지원할 거로 생각한다.


 영업 커리어를 계속 쌓을지, 아니면 나처럼 기획, 관리 직무로 커리어 방향을 바꿀지는 개인의 적성과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영업 경험이 있다는 건 사업 전반에 기초가 되는 발판, 즉 '회사에 직접 돈을 버는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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