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ero Feb 16. 2022

용한 무당을 찾아서

퇴사에 용기를 주세요

 듣고 싶은 말은 정해져 있었다. '퇴사해도 된다'는 그 한 마디.


 딱히 내 앞으로 연애나 결혼도 궁금한 게 없고, 그저 내가 지금 회사에서 나와도 되는지, 아니면 내 사업을 해서 벌어먹고살 수 있을지 따위만 궁금했다.


 아침 8시에 안양으로 향했다. 친한 언니가 어디서 들었다며 '갓 신내림 받아 따끈따끈'하다는 점집 정보를 알려줬고,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그저 내 퇴사에 확신을 더해 줄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언젠가 부산에 용한 무당이 있고, 전화 상담도 가능하단 이야길 들어서 첫 신점을 비대면으로 봤다. 그때 아이폰 메모장에 들은 이야기를 모조리 적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도 참 용한 사람이었네, 싶었다.


 앉자마자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내게 "작년, 재작년이 너무 힘들었겠어요. 작년엔 살아있는 게 감사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 회사는 퇴사하세요. 힘든 시기 너무 그 회사에 묶여 있었어요."라 말했다.

 복채를 100만 원을 줘도 아깝지 않을 듯했다. 내가 제일 듣고 싶던 말을 첫마디에 쏟았으니 말이다.


 머리 위에서 머리 굴릴 팔자라 사업해도 좋고, 책 읽거나 글 쓰는 걸 좋아한다면 계속하라고, 당장은 성과 없어 보여도 다 내게 돌아올 거라 했다. 이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가려는 위치도 딱 좋다 했다. 구정 지나고 나면 그저 빵빵 터질 일만 남았다 하는데, 정말 듣고 싶은 말만 어쩜 이리 골라해 주는지!



 괜한 자신감이 북돋아서 그 길로 퇴사 선언을 해 버렸다.

 놀랍게도 퇴사 선언 이후에 계속 일이 들어오고, job offer가 들어온 덕에 한걸음 물러나 내 인생을 보기 시작했다. 

 점사나 미신을 꼭 믿는다기보다는, 좋은 일이 들어맞으면 '역시!' 하는 마음이 들고, 나쁜 일이 생기면 '그래, 이런 건 조심하라고 했었지. 다 내 팔자니까.' 하고 너스레 떨며 넘길 수 있다.


 작년 이맘때보다는 그래도 내 마음과 팔자가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IT스타트업과 '네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