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입시에 'SKY' '서성한' 등과 같은 메이저 대학교를 나래비한 순서가 있다면, IT 업계에서는 '네카라' 내지는 '네카라쿠배' 등으로 불리는 회사들이 있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당근마켓
토스
등으로 나열되는 (대부분 개발자 위주의) 대형 IT 회사.
이들도 처음부터 덩치가 큰 회사는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라 불리던 회사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이제는 대한민국을 점령할 정도의 괴물 중견 회사가 되었다.
사실 나는 위에 기재한 회사 중 한 군데에 재직 중이다.
내가 입사했을 당시, 회사 규모는 아주 작았고 그랬기에 웬만한 사람들끼리 이름도 얼굴도 다 아는 사이었다. 현재는 덩치가 매우 커졌으며, 나는 회사 초창기에 입사했으므로 이 회사에서 '고인물'로 그룹화된다.
내가 이 회사를 처음 입사하겠다고 선택한 데는 결국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사유였다. 이전 직장에서 아예 진로를 바꾼 케이스라 연봉에 대한 개념도 잘 없었더랬지만, 확실한 건 그 돈을 받고 내가 일을 했었네 싶을 정도로 적은 연봉이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지금은, 다행히 당시 받던 연봉의 2.5배가량으로 인상됐다. 그만큼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에 입사하기로 마음먹는다는 건, 내가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나는 단기보다는 중장기로 주식에 투자하는 편인데, 내 기준은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이익이 되므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나는 여행을 좋아하니,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바로 면세점에 가서 쇼핑하고 여행해야지.' 생각했고, 이에 관련 주식을 샀다. 현재까지 수익률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재직 중인 회사를 볼 때에도, '이 서비스 내가 잘 쓰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쓸 것이고, 확장해 나갈 영역이 많아 보인다'는 게 주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처음 내가 일할 때 느꼈던 작은 그룹의 빠른 일처리는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투자자와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늘었고,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아닌 그 중간 어느 지점에 서면서 '명령과 실행은 대기업스러우나, 프로세스는 스타트업'인 이상한 상황도 빈번히 일어난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했다.
위에 언급한 대형 IT 회사에서 퇴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 스타트업을 차린다
더 큰 (연봉 수준이 높은) IT 회사로 이직한다 - 그 끝은 아마도 FAANG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다른 발전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이직한다
나도 세 가지 모두를 고민하고 있으나, 3번에 가장 가까운 고민을 하며 여러 서비스와 회사를 둘러보고 있었다. 흥미로운 회사로부터 오퍼도 꽤나 들어왔고, 내가 먼저 문을 두드리고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기업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이직한다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를 심심찮게 누릴 수 있고, 작은 톱니바퀴보다는 엔진 옆에 파이프 정도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 사람과 가족은 남들은 꿈의 직장이라 부르는 곳을 왜 퇴사하겠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같은 회사 동료들도 말린다. 특히 연봉 문제가 컸는데, 작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 지금 받는 연봉을 보장받긴 어려울 거란 우려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내가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성장에 따른 보상은 언젠가 있을 것이며, 나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곳에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
(이래서 내가 취업 준비생 시절 대기업 서류부터 다 광탈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