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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ro Jan 04. 2022

직장에서 말을 옮기는 사람들

당신은 어떤 말을 옮기나요?

저 사람, 최근에 무슨 사고 제대로 쳤다더라. 된통 깨졌대.



 직장 내에도 카톡에 오가는 연예인 찌라시 같은 단어가 오간다. 나는 보통 이런 찌라시 글을 받으면 답을 하지 않거나 궁금해하지 않는 내색을 비치곤 했는데,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내 옆자리 동료에 관한 말을 전해 들을 때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옮겨지는 말 중 대부분은 결국 험담이다.

 물론 이 점에서 나도 온전히 자유롭고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분명 나도 회사에서 화가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닐뿐더러,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기는 건 본인이 느낀 감정과는 또 다른 톤이다.

 물론 비밀이란 건 입 밖에 내는 순간 더는 비밀이 아니라지만, 그 비밀을 고백한 사람이 상대를 충분히 믿었으므로 한 말일 테니 일종의 배신 행위나 다름없게 느껴진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옮겨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이를테면, 누군가 결혼 준비를 하는 중에 조용히 당신에게만 알렸다면, 경사라 할지라도 본인이 직접 말하기 전까지는 굳이 나서서 말을 전할 필요가 없다.


여하튼 남이 한 말이나 행동을 잘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결국 사내에서도 '입이 싼 인간'으로 평가받는다. 마치 본인만 알고 있는 비밀인 듯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닌 그에게는 본인만 모르는 별명, '입 싼 놈' 혹은 '확성기' 같은 말이 따라붙는다.


 그러니 그가 떠벌리는 말에 동조했다가는 끊임없는 뒷담화를 듣게 되고, 추후에 그 소문의 근원지 중 하나로 내가 지목될 수 있으니 그저 한마디로 대화를 마무리 짓는다.

 "글쿤요."



OO님, XX 팀장님이 그렇게 칭찬을 하시던데요?



 모든 말이 옮겨져서는 안 될 건 아니다. 특히 옮겨졌을 때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효과를 내는 문장이 있다. 바로 '칭찬'이다.


 칭찬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걸 잘 전하는 사람은 '칭찬을 한 사람'과 '칭찬을 받은 사람' 모두에게 기쁨을 안겨준다. 그러니, 한 명에게만 좋은 말이 전해졌을 뿐인데, 적어도 세 사람 이상이 행복해진다.


 L 팀장님은 내게 그런 말을 곧잘 전해줬다.

 "XX팀 팀장님이 OO님을 그렇게 칭찬하던데요? 오늘 회의에서 아주 빛을 발하셨다면서요?"


 그 말을 들은 나는 1. 칭찬을 들어 뿌듯하고, 2. XX팀 팀장님에게 감사하고, 3. 우리 팀장님도 그걸 알아준다니! 기쁨이 세 배가 되어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진다. 직접 받는 칭찬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알게끔 받는 나에 관한 좋은 평가는 고래를 춤추게 한다.


 만약 반대로 팀장님이 나에게 "XX팀 팀장님 말로는 OO님 오늘 회의에서 자료가 부족했다던데요, "라 했다면, 물론 한편으로는 '다음엔 준비 잘해야지!'라는 결심을 하면서도, 굳이 그 말을 했다는 두 사람에게 괜히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또, L 팀장님은 우리 팀원들이 유관부서와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꼭 팀원의 이름으로 유관부서 담당자에게 선물을 보냈다. 코로나 시국으로 회식도 못하는 와중에 남는 운영비를 이렇게 현명하게 쓸 수 있나 싶었다.

 선물을 받은 유관부서 담당자는 나에게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이런 선물까지 보내주시다니요!" 하며 기뻐하고 감사했고, 나는 "제가 드리는 게 아니라, 저희 팀에서 XX팀에 감사로 드립니다. 저희 팀장님이 신경 써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그럼 그 담당자는 또 우리 팀장님과 감사 인사를 나눴다.

 몇 천 원짜리 커피 쿠폰 한 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 건지!



 어느 순간, 나는 감사와 감정을 잘 전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돌아보았다. 나는 정말 누군가에게 이런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말을 옮기는 사람일까?

 말 한마디로 여러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인가, 아니면 칭송의 손뼉을 받을 것인지는 내 입과 손가락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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