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2주 정도 치를 한 번에 먹는다 해도 나는 죽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 하지 않은 일도 있다.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하나는 100% 죽지 않음을 확신했고, 다른 하나는 100% 죽음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약을 먹고 꼬박 이틀을 잤다. 좀 더 확실한 쪽에 걸고 잠이라도 푹 자려고.
사실 병원에 가서는 솔직히 말하지 못했다. 최근 내 상태가 많이 호전된 듯하여 내원할 때마다 방문 텀을 늘리고 약을 받는 기간도 늘리곤 했는데, 솔직하게 터놨다간 그리 긴 처방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100%의 확률로 어떤 게 될 것이다, 혹은 아닐 것이다를 점칠 수 없다. 그래서 “점쟁이”를 찾곤 했는데 딱히 그것도 답은 아니었다.
그저 이 일로 깨닫게 된 건 나는 아직 ‘환자’라는 점이었는데, 그게 또 뭐 그리 대수냐 싶다.
나를 잠식한 우울증은 뭐가 그리 대수냐 싶었다가도 누군가에게는 알리고 싶었다. 약을 먹는다고 죽지 않을 걸 알면서도 정말 내가 죽게 될 까 봐 그 새벽에 몇 사람에겐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가 떠난 그날도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