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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흥준 Sep 01. 2021

카테고리는 따로 없고요,

그냥 이러쿵 저러쿵입니다.

올해 들어 딱딱하고 학술적인 글만 완성한  같다. 물렁한 감정이 담긴 글을 적어보려고 시도해본 것도 여러 번이었지만,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아 내놓지 않았으며, 완성하지 못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글쓰기 과외를 하고 있다. 과외 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늘 어려워한다. 부끄럽고 오글거린다고 했다. 나는 그런 과외학생에게 글을 쓰는 건 어쩌면 나 자신이랑 이야기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가장 솔직한 마음을 내어놓아 보는 것이 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나도 내 솔직한 마음을 글로 옮기지 못한 게 어언 수개월이다. 앞뒤가 아주 다른 사람인건가.


변명 시간을 잠깐 가져보려 한다. 나의 감정의 팔할 이상은 사랑 받고 사랑하는 애정이다. 그래서 내 마음을 담은 글을 쓰려고 하면 결국 쓰고 마는 것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지금 누굴 사랑하는지, 왜 사랑하는지, 예전엔 누굴 사랑했는지, 왜 아직 제대로 잊어버리지 못했는지. 결국 사랑으로 뒤덮인 글쓰기를 하고 만다.


나는 그런 내 글이 매우 싫었다. 결국에는 끝나고 마는, 그래서 어디에 꺼내놓을 수도 없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만 유효한 글쓰기는 그만하고 싶었다. 그 어떤 마음도 폐기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내가 폐기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은 꽤나 부끄러운 일이었고, 누구의 마음 속에선 이미 폐기되어버렸을지 모르는 마음이 담긴 글은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자아가 없는 글쓰기’

텍스트나 컨텐츠에 집중하고 나의 생각만 남고 마음은 깔끔히 지운 글쓰기를 이어가기를 여러 달. 유통기한 없는 이런 글이 좋다. 한정되지 않는 이야기, 언제 꺼내 보아도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만 해버려야지. 다짐하기도 했다. 나의 글쓰기가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꼭 어딘가에 내어 놓아야만 진실된 마음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정당화했다.


그럼에도 터져 나오는 날이 있다. 언제 흘러 나왔는지도 알 수도 없게, 사랑이란 감정이 찾아온 그 때와 비슷하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순식간에 몰려와 마음의 둑을 와장창 무너뜨리는 날이 있다. 그때만큼은 부끄러워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꼭 내어 놓아야만 진실된 마음은 아니지만, 부끄럽더라도 내어 놓아 기억되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이다. 나는 나의 이런 마음이 어딘가에 그럼에도 기억되었음 좋겠다.


여전히 사랑하고 또 어쩔 땐 미워하고 또다시 사랑하며 살고 있다. 앞으로도 지독하게 그럴 것이다.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지나더라도 보관은 가능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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