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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적현실주의 Dec 16. 2023

너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워커홀릭의 육아 이야기

"너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더 이상 느끼지 않기로 했다"


오래된 사진을 보면 추억이 떠오른다.


그 추억은 따듯함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죄책감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사진이 있다.


2019년에 찍은 아들의 돌잔치 사진이 그렇다.


느낌적인 느낌인지 세상 안쓰러워 보이는 내 표정이 말해주듯 그 당시의 난 내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딱 혼자 살아야 적당한 그릇인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걸까.. 그랬기에 나는 둘째인 아들을 사랑해 주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당시의 사진만 보면 참을 수 없는 미안함이 내 온몸을 파고들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한국어 영상을 볼 수 있는 주말 아침에 또봇을 시청하는 아들을 보니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나는 전에 왜 사랑해 주지 못했을까?


또다시 자기 연민의 늪에 빠져들려 할 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보여주고, 설명하고, 증명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완벽한데 너희들은 왜 완벽하지 않은 거야?


이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았을 때

그러니 너희도 완벽하지 않다는 당연함을 깨달았을 때

그제야 비로소 나를 사랑할 수 있었고

그제야 비로소 너도 사랑할 수 있었다.


요즘에 내가 몸부림치도록 노력하는 게 하나 있다.


누가 어떻게 살던 상관없이 My way를 가는 것


전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 내가 얼마나 성실한지

다른 사람에 비해 내가 얼마나 정직한지

다른 사람에 비해 내가 얼마나 샤프한지

다른 사람에 비해 내가 얼마나 잘생겼는지(응?)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도무지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비교가 최악인 건 한 인플루언서의 말씀대로


'비'참하거나

'교'만 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아들아, 너를 사랑하지 못했던 걸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겠다.


그저 나와 너를 사랑하지 못했던 나를 따듯하게 보듬어주기로 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걷기 전에 넘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거니까


by 이상적현실주의 인생을 바꾸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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