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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넷플릭스 추천작

by 책방별곡

피비린내와 총성, 그리고 도덕적 회색지대가 교차하는 국경.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미국-멕시코 국경의 마약 전쟁이라는 차디찬 지옥을 담아낸 수작이다.

영화는 FBI 요원 케이트의 시선을 따라가며 점차 드러나는 진실과 혼란을 정교하게 구축한다. 관객은 그녀와 함께 안갯속을 걷듯 정의와 불의의 경계에서 흔들린다. 정밀하게 설계된 촬영은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카메라는 먼지와 피가 섞인 사막을 장엄하게 포착하며,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또한 불협화음 가득한 음악은 우리의 심장을 죄어오듯 쥐고 흔들며

이 지옥도가 허구가 아님을 암시한다.

특히 베니치오 델 토로가 연기한 알레한드로는 영화의 중심을 뒤흔든다. 무언가를 삼켜버린 듯한 침묵, 복수에 얼룩진 눈빛,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절정이다. 그는 정의를 가장한 복수의 얼굴이 무엇인지 처연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영화는 케이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음에도 중후반부로 갈수록 그녀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결국은 남성 중심의 폭력적 서사로 흘러간다. 이는 여성 서사의 가능성을 열어둔 도입부에 비해 아쉬운 뒷심으로 남는다.

『시카리오』는 불편할 정도로 정직하다.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말 옳은 편에 서 있는가?

정의는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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