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열 편의 단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모두 한 겹 벗겨진 채로 등장한다. 무언가를 숨기지만 결국 드러나고야 마는, 인간의 본능적인 외로움과 갈망, 그리고 그것을 말없이 감당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물리학 교수와 제자의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 삶의 균열을 들여다본다. 상호 간의 존중과 경계, 감정의 충돌이 무겁지 않게 다가오면서도 다 읽고 나면 그 여운이 깊게 남는다.

앤드루 포터는 극적인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조용히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천천히 묘사한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담백하면서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은 ‘보통의 삶’을 예민하게 포착한다는 점에 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가?

사랑하고 후회하고 망설이고 침묵하는 그 모든 순간이 이 책 안에는 조용한 파도로 머물고 있다. ‘왜 그랬을까’라는 물음이 매 페이지마다 일고, 그 질문은 독자인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고 지금은 또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를 천천히 묻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