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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by 책방별곡

릴케의 시는 말보다 더 조용한 말이다. 문예출판사의 릴케 시집을 펼친 순간

나는 시인이 아닌 침묵과 마주하게 되었다.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존재의 고독.

릴케는 정답을 주지 않았다.

시집은 마치 하나의 기도서 같았다.

그의 시를 읽으며 인간이란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가를 느꼈다. 동시에 그 고독이 우리를 얼마나 깊이 있게 만드는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과 슬픔을 견디며 시가 되어가는지를 알았다.

그는 자연과 죽음을 관조하면서 삶을 향한 한없는 사랑을 노래했다. 꽃잎 하나, 밤하늘의 별빛 하나에도 존재의 경외감을 불어넣었다.

나는 릴케의 시 속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자주 잊고 있던 마음의 구석, 말하지 못했던 감정의 조각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의 고요한 그림자들.


그 모든 것이 릴케의 언어 앞에서는 숨지 않고 드러났다. 그의 시를 읽는다는 건 나를 다시 읽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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