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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유쾌한 한국형 히어로들

by 책방별곡

물리 법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괴짜들의 세계, 써니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 특유의 리듬감 있는 각본과 만화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장르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한국형 슈퍼히어로 코미디라 할 만하다.

연출은 경쾌하고 톡톡 튄다. 과속스캔들, 써니 등으로 익숙한 강형철 감독은 이야기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캐릭터들의 개성과 군상을 정성스럽게 엮는다.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설정이 어색하지 않도록, 인간적인 약점과 과거의 상처를 능청스러운 유머로 풀어낸 솜씨가 탁월하다.

특수효과는 국내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때로는 오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의 ‘만화 같은 세계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큰 이질감 없이 흡수된다.

코믹 요소는 말 그대로 ‘한국형’이다. 진지함을 비켜가며 등장인물 모두가 슬랩스틱과 말장난, 상황 코미디의 고수처럼 활약한다. 극 중 과장된 대사와 설정, 약간은 유치한 농담조차 정겹게 다가오는 이유는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 덕분이다.

배우들의 궁합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라미란의 능청스러운 리더십, 유아인 특유의 엉뚱한 감성, 안재홍의 반듯한 허당 매력이 조화를 이루며 팀워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결국 하이파이브는 완성도 높은 ‘B급 감성’으로 포장된 따뜻한 이야기다. 초능력이라는 허구 안에서 인간의 진심을 끄집어내고, 웃음 속에 의외의 울림을 남긴다. 현실이 조금 무겁게 느껴질 때, 이 다섯의 기묘한 세계에 손을 뻗어보자. 어쩌면 그 하이파이브가 당신에게도 작지만 확실한 위로가 될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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