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한 주치 원고 마감을 하고 지친 채로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유명 여행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인데 방송 섭외 연락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싶어 연락처를 메시지로 남겨놓는다는 내용.
나는 눈을 의심했다.
그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이 자신과 사연이 닿아 있는 나라를 방문해 여러 정보들을 소개하는 방송이었다.
'보이스피싱 아냐?'
대번에 든 생각은 당연히 의심.
그럴 만도 한 게 내가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를 가게 된 계기도 그 방송이었고 내가 강연을 할 때마다 그 방송 프로그램을 자료로 쓸 정도로 팬이었으니까.
속는 셈 치고 후다닥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내니 금방 전화가 왔다.
방송에서 특정 국가와 관련하여 프로그램을 이끌 여행작가를 찾고 있는데 섭외 후보로 연락했다는 내용.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특정 국가를 다녀온 적이 있는지, 지금도 활발히 여행작가를 하고 있는지 등을 인터뷰했고 나의 인성과 관련한 부분까지 꽤 디테일하게 1시간 가까이 인터뷰가 이어졌다.
그리고 후보가 여럿이라 최종 섭외 과정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내용까지 듣고 통화를 끊었다.
지인 중에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꽤 있어서 이쪽 분야가 얼마나 여러 가지 요소를 검토 한 후 결정 되는지 잘 알고 있다.
아마 후보 중 시청률이 잘 나올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안정적으로 방송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후보가 선정되겠지.
현재 기반이 부족한 내가 최종 후보로 선정이 된다면(심지어 해당 국가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후보가)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신이 난 건, 최종 후보에서 탈락하게 되더라도 이쪽으로도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다.
전화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할 때 자료 조사를 통해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추려서 연락한다는 걸 알려 주셨기 때문이고.
순문학 에세이든, 웹소설이든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고 가져가기로 한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지는 전화였다.
'저 언젠가는 그 프로그램 출연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