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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깻잎나라 Aug 27. 2023

깻잎차 만들기

1편 깻잎차 3종세트

누군가 나에게 깻잎제품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준다면? 아마도 깻잎차일 것 같다. 그만큼 고민과 노력을 많이 했었고 아직까지도 변화하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기 때문이다.


3년전...


“아~~ 힘들다!” 벌써 부엌에 서서 다섯시간째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깻잎을 한장한장 프라이팬위에서 말리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스스로도 이해안되는 행동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 어제 욕심을 너무 부렸어!” 깻잎밭에 일손이 모자르다고 도우러 갔다가 버리려고 모아둔 깻잎 파치를 보았다. 먹을 수 없는 깻잎이 아니라 크기가 작거나 구멍이 뚫려서 상품 가치가 없다고 하셨다.


’왜? 그냥 깻잎으로 보이는데 버려지다니...‘ 아까웠다. 그래서 달라고 했더니 정말 차 뒷자석에 꽉 채워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kg 정도를 주셨다고 하셨다.

정말 많았다! 그리고 처음엔 정말 이것저것 만들어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깻잎 짱아찌도 담그고 깻잎 튀김과 깻잎 전도 잔뜩 만들어서 주변 지인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끝이 보이지 않는 깻잎지옥...


깻잎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싱싱했었던 깻잎이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갔다.


'아~~ 이젠 깻잎 그만 먹고 싶은데... 어떻게하면 깻잎을 버리지 않고 보관할 수 있을까?' 버려지는 깻잎이 아까워서 가져왔는데 나마저 버릴 수 없다는 이상한 사명감으로 깻잎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건조!


하루종일 검색하고 주변에 연락해보며 찾아낸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수분을 빼면 2년 넘게 보관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 건조를 해보자!! 수분을 빼는 작업이니까 프라이팬에 살살 구우면 되지 않을까?' 정말 단순한 생각으로 당장 집에 있는 프라이팬을 꺼내서 깻잎을 구웠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도 그안에서 어떤 패턴을 찾기위해서 다양한 온도와 시간에서 실험을 해보았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도 찍었다.      


프라이팬에서 건조를 하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았고 전자렌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자렌지에서도 건조가 되지 않을까?' 조금만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마이크로파 건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응? 전자렌지가 영어로 마이크로파 웨이브니까 이걸로 하면 되겠다!' 단순하게 시작해봤지만 생각보다 건조가 잘되는 전자렌지를 보면서 뭔가 대단한걸 발견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건조전 무게와 건조후 무게를 확인해 보았을 때 깻잎의 무게가 18% 이하로 내려가면 타는 냄새가 났다. 그래서 깻잎이 보통 82%정도의 수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  평소에 즐겨 마시는 얼그레이 향을 얼핏 느꼈다. '응? 깻잎도 설마 차가 될 수 있는걸까?' 그냥 단순하게 건조를 하다가 떠오른 하나의 작은 의문...  곧바로 뜨거운 물로 우려내 보았다.


"맛있었다!" 얼핏 녹차와 비슷한 맛이 나기도하고 또  얼그레이와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뭔가 독특하고 새로운 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궁금증 풀기... 3개월동안 이어졌다. 차를 만들어 본적이 없었지만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다양한 제조방법으로 30여가지의 다른 맛과 향의 깻잎차를 제조해 보면서 차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어떤분야의 전문성을 갖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냥 만드는게 좋았다. 스스로를 평가해봐도 절대 잘하는건 아니지만 즐거웠다.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나누는구나...'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던 것은 좀 더 좋은 차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차만드는 명인들을 찾아다니고 그 깊이를 알게 되면서 였다.


특히 '예술과 외설의 차이'처럼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서 나뉘는 제품의 가치는 그동안 식품제조라는 것을 해본적 없는 나에게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 차이를 넘기 위해서는 팔리는 제품보다는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했다. 철저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야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은 시음회였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맛을 찾기 위해서 5종류의 깻잎차를 자체적으로 선별하고 시음회를 열었다. 연령대별(20~30대, 30~40대, 40이상대)로 각각 5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는데 선택되는 하나의 깻잎차를 상품화 시키려던 계획과는 다르게 연령대별로 다른 맛과 향의 깻잎차를 선택하였고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시음회 결과를 분석해보면 20~30대는 깻잎의 자극적인 맛, 30~40대는 순한맛 그리고 40대이상으로 가면서는 구수한맛을 가장 선호하고 있었다. '이래서 판매하려고 하는 주 타겟 소비자층을 먼저 나누고 조사를 해야하는구나...' 시음회의 결과가 생각대로 되지 않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럼 그냥 3가지를 한 세트로 출시해보면 어떨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든 '깻잎차 3종세트'...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렸다....



혹시나 제 글을 인용하시게 되면 꼭 알려주세요..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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