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독서 모임 5회
회원은 나 혼자..
책은 역사, 추리, SF 소설 위주로, 가끔씩은 에세이도..
월요일 새벽, 금요일 저녁에는 나만의 독서 모임이 자동차 안에서 열린다."
자동차 독서 모임에서 들을 히가시노 게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요코미조 세이시 책이 씨가 마르니,
새로운 책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오디오북이 아니더라도, TTS가 가능한 전자책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할 텐데, 한동안은 읽을 책이 없어서
역사책, 과학 책도 자동차 모임의 발제 책이 됐습니다.
원래 자동차 독서 모임 자체가 출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시작한 거였는데,
소설 외의 발제 책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려면 새로운 작가의 책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계속해서 찾고 찾은 결과, 처음 선정한 책이 가와이 신지의 "데드 맨"이었습니다.
사전 지식 없이 읽은 책은 참 자극적이고 잔혹했습니다.
도쿄에서 일어나는 연속 살인사건, 스스로를 인체의 조각이 모여서 만들어진 인간으로 생각하는 무명의 "데드 맨"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으나, 스스로를 데드 맨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시점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죠.
나름 소기의 성과를 얻은 새로운 작가의 책의 후속은 혼다 데쓰야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입니다.
이미 "다케우치 유코"가 출연한 드라마 시리즈로 극화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저는 "월라 오디오북"의 메인 페이지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레이코 형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잔혹한 살인 게임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연속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책의 줄거리인데, 레이코 형사 첫 번째 시리즈에 맞게 "지나치게" 자극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은 잔혹하긴 했어도, 잔인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데드 맨부터 시작했던 약간 잔인하다는 느낌이 혼다 데쓰야 소설에서 극대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공포 영화, 특히 잔인한 장면을 담은 공포 영화는 보질 못하는데,
오디오북에서 묘사되는 잔인한 장면은 운전 중이라서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해서 꽤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시작으로 레이코 형사 시리즈를 계속 발제 책으로 선택해서 읽었던 건,
히메카와 레이코라는 형사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스스로가 어린 시절 범죄의 피해자이고 그 상황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에도 끈질기게 피해자의 편에서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이 너무나 중독성이 있습니다.
흔히 보는 강력한 형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범죄 앞에서는 냉정하고, 약하면서도 강인한 면도 가진 이중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레이코는 이 시리즈를 계속 읽게 한 이유였습니다.
레이코 형사 시리즈는 스트로베리 나이트 - 소울 케이지 - 시머트리 - 인비저블 레인 - 감염유희 - 인덱스 순으로 이어집니다. 시리즈의 공통적인 특징이 절대 악한 범죄자가 있는 게 아니라, 범죄자가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로 범죄를 저지르도록 극한 상황까지 몰려갔다는 것입니다.
선한 자와 악한 자의 공간적, 시간적 경계가 모호하고, 그들을 이해하면 범죄에 대한 분노보다는 그 과정에 이르게 된 사연에 집중하게 됩니다. 소설 속 범죄 장면이 잔인하고, 자극적인 것이 눈에 띄고 용서할 수 없지만, 그 속의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참 인생이 잔혹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시리즈 전체의 소설 중에 한 편을 추천하라고 요청을 받는다면 시머트리나 감염유희, 단편 소설을 추천하겠습니다. 레이코 형사 시리즈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군상을 볼 수 있습니다.
어두워진 하늘 아래, 각자 자신의 사연을 갖고 빛나는 건물들과 자동차는 쓸쓸한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