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재우 Sep 04. 2020

3회. 천재는 때로 외로움을 선택한다: 뉴턴과 빌게이츠

출간 전 연재 [태도 수업]

                                                     

피터 브뤼겔, 『죽음의 승리』 (1562)



1664년 유럽에 페스트가 퍼졌을 때 아이작 뉴턴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학생이었다. 런던에 페스트가 창궐하자 학교는 문을 닫았다. 뉴턴은 도시보다는 시골이 전염병을 피하기에 안전하다고 생각해 어머니가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 2년을 보냈다. 스물한 살, 한창 혈기 왕성한 대학생이 긴 시간을 시골에 파묻혀 보냈으니 외롭고 답답하지 않았을까.



로버트 한나, 「1665년 가을, 울즈소프 정원의 아이작 뉴턴」, 1850년대 초



하지만 뉴턴은 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편을 택했다. 그동안 배운 것들을 몰입하여 사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놀랄만한 결과들이 쏟아졌다. 미적분학을 체계화하고, 후에 『광학(Opticks)』에 실릴 색깔에 관한 연구를 했으며,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만유인력의 힌트를 얻은 것이 바로 이 시기의 일이다. 뉴턴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물로 꼽히는 수학광학물리학 연구들의 기초가 바로 이때 이루어졌다.


뉴턴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외로움의 시간을 몰입으로 승화했다면, 빌 게이츠는 몰입을 위하여 일부러 외로움 속으로 뛰어들었다. 평소 5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할 정도로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빌 게이츠지만 일 년에 두 번은 전혀 다른 시간을 가진다. 모든 일거리는 제쳐 두고 오로지 생각에만 몰입한다 하여 생각 주간(Think Week)이라 부르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그는 책과 논문, 보고서를 가득 담은 가방을 손에 든 채 작은 별장으로 들어간다. 오래된 책상과 소박한 의자, 그리고 캔 콜라로 꽉 찬 미니 냉장고가 있는 공간이다. 식사를 들고 오는 직원 외에는 가족이나 동료 누구도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다. 

     
일주일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읽으며 일일이 코멘트를 남긴다. 때로는 하루에 18시간 동안 글만 읽을 정도로 치열한 시간이다. 이렇게 2주를 보낸 후에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여러 분야의 리더들에게 이메일을 전송한다.



젊을 때부터 뛰어난 몰입 능력을 보여주었던 빌 게이츠




빌 게이츠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경영하던 1980년대부터 생각 주간을 가져왔다. 고작 스무 살 무렵에 회사를 창업한 그가 40년 넘게 세계를 선도할 수 있었던 힘은 일부러 외로움 속으로 들어가 만들어낸 몰입의 시간에 있었다.


외로움의 시간은
세상의 흐름을 읽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누구나 뉴턴과 빌 게이츠처럼 몰입을 통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약간의 연습이 필요할 뿐이다. 몰입 전문가 황농문 교수는 그의 책 『몰입』에서 “얼핏 보기에 마라톤은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초인적인 운동 같지만 적절한 훈련만 거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몰입적 사고 역시 원리를 깨닫고 훈련을 거치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단언했다.


단, 혼자 있는 시간이 재충전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기꺼이 홀로 있으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것은 일종의 저항이며, 저항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런 태도로는 재충전이 불가능하다. 두려움과 저항을 내려놓고 그저 홀로 있음을 가만히 느껴보라. 마치 시끌벅적한 회식 자리에서 빠져나와 잠시 밤공기의 고요함을 느끼는 순간처럼. 그것이 홀로 있음을 즐기는 출발점이다.



외로움은 우리를 괴롭게 한다. 그러나 괴로움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다.



삶에서 위기는 바닷가의 파도처럼 반복해서 찾아온다. 그날이 오면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또 외로움의 중력에 잡아끌리게 될 것이다. 외로움이 가져오는 통증, 무기력, 심리적 위축은 언제든 발이 빠질 수 있는 진흙탕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그 자체가 기회의 신호이기도 하다. 혼자 존재하는 시간은 축적과 몰입과 재충전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영감을 받는 것은 오로지 외로움 속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괴테-



요한 티슈바인, 「캄파냐 로마나에 있는 괴테」, 1787년



괴테는 인간은 사회에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지만영감을 받는 것은 오로지 외로움 속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외로움 속에서 받은 영감을 살려 그는 대문호이자 철학자이자 과학자면서 동시에 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정치인으로써 거둔 성취로 따지자면 보통 사람의 몇 배나 되는 삶을 살았다. 이쯤 되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외로움은 엄청난 기회다. 다만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