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게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나한테 네가 꼭 필요한 것임을 알면서도
항상 너를 무서워하고 피하려고 했던 나의 지난, 어렸던 마음들을 용서해줘. 그리고 용서해줬으면 해.
솔직하게 말하면 내 지난 기억 속 너는 나를 참 힘들게 했어.
그 누구도 너에 대해 가르쳐 준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혼란스러웠어.
너는 항상 실패만을 가져다주는, 나를 아프게 하는 그 무언가였을 뿐이라고 치부하기도 했었지.
왜 항상 너는 나를 아프게 할까. 너 없이도 잘하면 좋겠고, 너는 왜 다른 사람보다 나에게 모질게 굴까도 생각했었어.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야 알게 된 것 같아.
너는 늘 ‘시작’과 함께 다니더라. 아니면 네 다른 이름이 ‘시작’인걸까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어.
사실은 이 생각을 한 뒤부터 너랑 더 친해진 기분이 들었었어. 몰랐지?
네 생각이 날 때가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살면서 인상적인 순간들을 마주했을 때 나는 너를 떠올리는 것 같더라.
마치 어떤 조건이 있어야만 네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야.
아니면 연말·연초. 그때가 되면 항상 너를 부랴부랴 찾곤 해,
그리고는 다짐하지. 올해만큼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네 손을 놓지 않겠다고 말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는 늘 흐릿해졌고, 익숙해진 나머지 사실 나는 너를 잠깐은, 아니 거의 잊고 살기도 해.
미안했어. 그리고 미안해할게.
생각해보면 나의 인생에서 네가 함께하지 않은 순간들이 없더라.
지금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 순간도 너와 함께고, 나의 미래는 곧 너의 집합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너는 매 순간 나와 함께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나의 앞날을 빌어줬을 텐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참 서운했겠다 싶어.
너는 요즘 어떤 고민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으로 변하는 내가 밉지는 않은지 모르겠어.
점점 너를 덜 찾게 되니깐.
항상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본 너는 항상 변함이 없었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흘러간 시간 속의 나를 놓지 않은 채 묵묵히 옆을 지키고 있더라고.
늘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전해.
고마웠어. 그리고 고마워할게.
이게 뭐라고 또 부끄러워서.
나는 늘 마음속 생각으로만 전하게 되네.
내가 미워했던, 그리고 나에게 서운했을법한,
지금도 늘 두렵지만, 이제는 싫지만은 않은,
늘 고생만 하는 내 처음에게.
편지로나마 내 마음을 전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