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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물에게 Oct 21. 2024

눈물에게

만물에게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눈물에게


저는 당신이 넘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인간은 살아있음을 느낄 때 당신이 차오른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사람이 당신을 부정적으로 대할지는 몰라도.

저는 아니예요. 저는 당신을 옹호하는 편입니다.


물론 당신은 늘 슬픔이나 기쁨, 분노나 희망, 경의나 절망이 너무 큰 나머지

감당할 수 없을 때, 그 크기를 표현할 언어나 행동이 없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늘 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강한 모습을 그 누구보다도 보여주고 싶은 대상이도 합니다.


이유는.. 억울하다고나 할까요.

강인함도 겸비한 저인데, 저를 늘 약하다고만 생각할 테니까요.


당신은 어떤가요.

보고 싶은 나머지 앞으로도 제가 가끔은 약하기를 바랄까요?


아니면 다시는 보지 말자며 늘 다짐을 해주지만, 약해진 저를 보면

마음이 쓰여 당신의 액체에 저의 큰 감정들을 끌어안고

흘러내리시나요?


감정이 휘발됨을 아는 당신의 노림수일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도 어쨌든 액체니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테니깐요.

이렇게 생각하니, 당신은 어른인가 보네요.


우리의 삶이 담긴 문학, 음악, 예술은 당신이 흐른 그 자리에 생기는 거 같아요.

그만큼 당신이 지나간 길에는 삶이 담길 법한 짙은 감정들이 묻어납니다.


아 당신은 짠 걸로 아는데,  

그렇다면 삶을 농축시킨 감정의 맛은 짠맛일까요?

궁금하네요.


당신은 참 신기할 때가 있어요.


가끔은 뜨겁고 가끔은 차가운데..

어 생각해보니,

당신이 흐를 때 제 볼이 차가우면 뜨거울 테고

뜨거우면 차갑겠네요.


당신의 온도는 변한적이 없었군요.

늘 변함없이 저의 큰 감정들을 품을 수 있음을 보니

당신은 역시나 어른이 맞네요.


고마운점도 있습니다.


늘 나기 전엔 코끝에 저릿한 신호를 주고는,

너무 갑자기라 미처 준비가 안 된 당신의 일부를  

제 눈에 가득 메우곤 합니다.

울컥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말이죠.


그래서 창피를 면할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체면을 살린 적이 많아요. 고맙습니다.


근데,

저에게도 당신이 말라 바닥나는 날이 올까요?

그날은 절대 피하고 싶은 날이라서.


오늘도 스스로 촉촉하기를.


언제든 당신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저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럼에도 당신을 너무 자주 마주하지는 않기를.





2024.10월 가을  

편지를 쓰며 또 한 번 당신을 마주한 사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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