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게 시리즈 여덟 번째 이야기
최근 당신의 이름이 자주 들리고 보입니다.
양귀자 작가님의 책 때문일까요.
저도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떠올렸습니다.
역시 세상은 당신투성이네요.
사실 저는 일관된 사람을 이전부터 꿈꿔왔습니다.
일관됨이라는 걸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가 저를 보고 당신을 언급하면,
내가 지금 단단히 잘못됐구나,
겉과 속이 다른 채로 거짓인 삶을 사는구나 싶었어요.
그게 제가 아는 당신에 대한 전부였던 거죠.
그래서인지 당신을 마주할 때는
한없이 약해졌고, 약해진 제 모습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당신 앞에서는 꽤나 곧다던 제 고집도 무너지고,
평소에는 단단한 마음도 쉽게 풀어져 버렸거든요.
그런 순간들 속에서 당신은 저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있던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완성하기 위해
처음부터 함께 했어야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제가 두려움과 동시에 묘한 따스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가끔 당신이 우리 삶을 헤집어놓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일러주는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진실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생각해보니 ‘사람은 세상에서 솔직해야만 한다’ 라는 생각한 뒤부터였던 것 같네요.
당신을 이해하기 시작한 게.
세상은 지금도 당신을 오해하고,
저조차도 가끔 그 오해에 휩쓸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당신이 남겨둔 흔적들을 통해 마음 깊숙이 당신의 당연한 존재를 느낍니다.
가끔은 당신이 또다시 두렵고 당신 앞에서 저는 또다시 무력해질 테지만,
또 그런 저를 당신은 아무런 말 없이 받아주겠죠.
따뜻하면서도 서늘하게. 참 당신스럽게요.
편지를 쓰다 보니.
당신은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서, 또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당신을 당연하게 하겠습니다.
당신을 안은 채로 솔직해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약간은 두려워하겠습니다.
당신스럽게.
2024년 10월 추운데 더운 어느 날, 모순적인 인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