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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물에게 Nov 11. 2024

책에게

만물에게 시리즈 아홉 번째 이야기

책에게



하루 40분.

출근길 20분, 자기 전 20분.


책상에 앉아 뒤쪽 책장에,

침대에 누워 왼팔을 뻗으면 북레스트에,

외출할 때는 가방 가장 안쪽 주머니에.


당신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분히 노력합니다.


왜 다분하게까지 노력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제가 줄줄 새지 않게

채워주거나, 막고 있거나

아무튼 뭔가를 지켜주려 하는 것 같거든요.


가끔 방 한쪽, 빼곡한 당신을 보고 있으면

참 외로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 페이지가 넘겨지고, 덮히는 순간부터

언제 다시 펴질지도 모르는데.


사갔으면 자주 보기라도 하지, 보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까지 하니깐요.


너무 속상하겠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줄거리를 잊는 거지 당신이 품고 있는 세상은

당신도 저도 모르게 제 일부가 되었을 겁니다.


변명을 마쳤으니 이제 낯간지러운 말을 해볼까요.


제가 소비하는 사물 중

가격을 신경을 안 쓰고,

겉보다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구매하는 게 유일하게 당신이더라고요.


자본주의세상에서 가격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보이는 게 전부라고 일컬어 지는 세상에서 겉보다 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무언가가 또 있을까요?


언제나 곁에 있어줘서 당신께,

저의 하루를 채우고, 가끔은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제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깊어질수록 어두웠고, 두려웠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덕분에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생각하고 삽니다.


내일도 가방 속에서 혹여나 당신이 젖을까

손수건으로 돌돌 싸서 넣어놓겠습니다.


앞으로의 날들도 잘 부탁합니다.


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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