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게 시리즈 열 번째 이야기
당신은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담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 더 예쁜 시절들입니다.
나의 유년은 당신은
주변 소중한 것들의 유년까지 함께여서
더 애틋하고 소중해요.
당신을 떠올리면
젊었던 엄마·아빠의 얼굴이 함께 떠오르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마중 나와주시던 상계역 3번 출구.
지금은 훌쩍 큰ㅡ 키가 작던 아파트 정문 쪽 나무들,
한없이 커 보였던 초등학교 풋살장들이
떠오르거든요.
태어남과 동시에 긋기 시작한 선은
지금도 계속 그어지고 있어서
긋고 있는 선에 손을 뗄 수 없는 저는
결국 이미 그어진 선인 당신의
산물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참 감사합니다.
당신은 좋은 기억 들로만 가득 차 있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줬거든요.
매일이 다르고 매시가 다릅니다.
애가 탔습니다. 서둘렀고, 서두르다 보니 늘 실수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유년은
언제나 많이 아파했을 테고, 실수투성이였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던 기억밖에 남지 않아서,
최고의 가르침은 아이에게 웃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말처럼
당신을 떠올리면 웃기만 하던 제가 떠올라서,
그래서 먹먹해 지곤 합니다.
그래도 유년시절 추억이 가슴 한 켠에 있어서
따뜻하고 바르게 다정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입가에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유년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많은 저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