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시간의 화살

by 호연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다시 문이 닫히고,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걸어간다. 멀어지는 소리는 일렁인다. 생각이 머릿속에 어지러이 번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는 멎었고,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영상이 10분 남아있었지만, 노트북을 닫았다. 그냥 집에 가기로 했다.


학교는 낮과 밤의 모습이 많이도 다르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던 길에서는 발걸음 소리만이 들린다. 어둠이 내린 길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걸었다. 생각이 어지러이 섞였다. 생각은 계속해서 번져왔고, 목에 무언가가 차올랐다. 울음이었는지, 비명이었을지 모를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을 때, 차오르는 것이 숨이 될 때까지 달렸다.


어제는 느리게 걸었다. 오늘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드문드문 발을 내디뎠다. 멈추고 싶은 걸음을,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걸었다.



시간은 흐른다. 과거에서 미래로,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시간은 돌아서지 않는다. 매 순간 던져지는 주사위의 답은 항상 미래를 내놓는다. 미래로 갈 가능성은 과거로 갈 가능성에 비해 너무나 크다. 물병에 물감을 떨어뜨리면 물감이 번진다. 식탁 위에 둔 얼음은 녹는다. 세상에는 방향성이 있다. 엔트로피는 커진다. 엔트로피가 커질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시계는 앞으로 움직이고 꽃은 피고 지며 오늘이 있다. 정신없이 달리는 내가 있다.



이대로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모든 것이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그럼에도 발걸음은 집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원망의 끝은 시간이다. 잊히지 않는 과거와, 닥쳐오는 현재와, 불안한 미래 속에서 태어나지 말걸 후회한다. 괜히 태어나서 시간의 화살에 찔리며 산다. 시간이 흐르는 이유를 밝혀낸 볼츠만은 스스로 시간을 끊어냈다. 결국 이 시간에서 벗어날 방법은 하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