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렸다 생각했던 기억들이 문에 꽂힌
칼자국으로 인해 다시금 천천히 재생된다.
욕이 난무하는 엄마란 사람의 고성이
어린 나를 마구 때리고 있었다.
말도 사람을 아프게 하는구나.
소리도 사람을 아프게 하는구나.
온통 상처받은 어린 나는 잔뜩 고개를 숙인 채
웅크려 있다.
J 나이 고작 5살.
"씨발. 개 같은 년이 왜 날 무시하는 거야?
왜 저따위로 애 교육을 시킨 거야?
돈에 미친 노친네 돈만 갖다 주면 좋다 하지?"
참다 참다 울분에 터진 할머니도 소리치신다.
"정말이지 이제 나도 정말 못해먹겠다!
그래, 내가 미친 거지. 너를 낳은 내가 미친 거야."
돈 필요 없으니 J를 네가 데려다 키워."
다섯 살의 어린 J에게 엄마의 온갖 욕보다
할머니의 그 한마디가 비수가 된다.
"네가 데려다 키워!"
J의 울음은 엄마의 욕설과 고성
그날의 고압적 분위기 그것으로 온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날 버리면 어떻게 엄마와 사나 하는
그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때도 엄마는 보란 듯이 부엌에서 칼을 꺼내 들었고.
다 죽여버릴 거라고 소리를 쳤었다.
소리 내지도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어린 나를 할머니는 업고는 전력으로 뛰셨다.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었는지는
어릴 적이라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의 엄마의 무서운 큰 눈과 큰 목소리
나의 모든 것을 잡아 삼킬듯한 공포의 기운들.
한없이 흔들리는 할머니의 자그마한 등과
그 자그마한 등에 매달려 칼을 들고뛰어 오는 엄마의
모습을 흘끗흘끗 보았던 기억.
엄마가 할머니를 찌르고 J를 데리고 갈 것만 같았다.
그날부터 J는 매일 살인을 저질렀다.
엄마란 사람에 대한 미움을 날마다 키워갔고.
날마다 엄마란 사람이 죽기를 바랐다.
" 그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니
살인하는 자마다 영생이 그 속에 거하지
아니하는 것을 너희가 아는 바라."
(요한일서 3장 15절)
하!! 영생?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이렇게 살 거면 영원히 살아서 뭐 하냐고
엄마란 그 인간 싫어도 넘 싫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그날.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따라다니던 교회
문을 박차고 나왔던 날.
엄마를미워하는 마음을 용서해달라고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했던
기도를 버린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저주와 미움을 확인하며
그냥 살인자로 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