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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남주 Jul 27. 2021

아이의 키 고민하지 마세요

     

축구하는 딸래미는 키가 175다. 

어릴 때 봄에 입힌 옷을 가을에 입히려면 맞지 않을 정도여서 고민이 될 정도였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키울 수 있냐고 묻는다. 그냥 키웠을 뿐인데 무슨 비결이 있나 고민해본다.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편하게 키웠던 것 같다. 왜냐하면 어릴 적 나의 경험으로는 유전인자가 작은 키는 아닌데 어느 순간 정지된 것 같은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와의 사별로 고된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은 생각을 어렴풋하게 되었다.  

    

생활환경이 편안해야 키도 마음도 자랄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을 했기에 아이들을 키우는데 철칙이 있었다. 일단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는 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잠에서 깬다는 것은 달콤한 수면에서 일어나야 하니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게 보통사람들의 마음일 것 같다. 내가 그랬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해야 하는 의무감이 짓누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친구들은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등교하는 데 가족들 아침밥에 도시락을6~7개까지 챙겨야 하는 어린 나로써는 힘들었다. 한참 성장 할 시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성장호르몬도 분비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의심도 했었다. 사회생활에 작은 키가 핸디캡이 되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키에 대한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면서 여러 가지 연구를 했다.  

    

 키를 키우는 것 중에 최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잘 먹이고 잘 자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키 키우기 프로젝트 첫 번째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쭉쭉을 많이 해주었다. 엄마의 어릴 적 생각을 해보면 기지개 펼 시간도 없이 일어나 바쁘게 살았던 것을 비추어서 쭉쭉은 경직된 몸을 이완시켜주는 특효약이 되었던 것 같다. 아침잠을 깨울 때는 기분 좋게 쭉쭉으로 하는 생활에 리듬감까지 들어가니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서둘지 않고 여유 있는 것은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를 안 받게 했던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습에 대한 부모들의 욕구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공부는 하나의 재능으로 봐 주는 연습을 하다 보니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하면서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  후배들이 큰 키의 딸래미를 부러워하면서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고 했다. 엄마에게서 ‘공부 잘 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동생들의 다리를 쭉쭉 마사지 해주며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내려주기도 했단다.


셋째는 먹는 것이었다. 잘 먹는 엄빠의 영향도 컸지만 음식 솜씨 좋은 친정식구들 덕분에 잘 먹을 수 있었다. 어느 때는  삶은 고구마를 먹는데 김치를 안주냐는 말에 한바탕 웃었던 적도 있었다. “어린애가 고구마랑 김치를 함께 먹는 걸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큰 이모 작은 이모는 항상 김치랑 챙겨줬단다.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이모들의 음식 솜씨와 챙김에 쑥쑥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최상이었다. 특히 아이들의 외삼촌이 한의사인 덕분에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결혼 전에 한의원에 취직을 했었는데 그 때 만난 원장님이 아이를 키우는 데 일 년에 한 번씩 보약을 먹이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서 실천을 했었다. 요즘으로 보면 키 크는 영양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 키만 걱정 안 해도 엄청나게 가볍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유전인자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엄마의 키는 160도 안 된다.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  보통 키는  넘는 사람을 만났다. 결혼 당시에 키 작다는 소리를 듣고 상심했었다. 최소한 아이들의 키가 작으면 ‘엄마 닮았다’고 할 판이니 키 만큼은 아빠를 닮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아들은 180, 딸은 170으로 키울 거라고 열심히 쭉쭉 하는 나를 보고 신랑은 과학적인 수치로 나올 수 없는 키라고 말리기도 했었다. 결론은 해냈다. 내 주위에는 엄빠가 보통 키가 넘는데도 아이들은 성장하지 못한 집도 더러 있다. 무조건 유전인자라고 단정 짓지 않고 최선을  다해볼 뿐이었다. 콩나물처럼 쑥쑥 크는 키 큰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묻는다. 뭘 먹였냐고? 주위 사람들이 다 먹여서 키워주었다고, 엄마는 별로 챙겨 먹일 줄도 몰랐다고, 다만 사랑만 듬뿍 주었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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