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던 일보다 잘한 일만 생각할래요.
이민 온지 어느덧 2년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2년하고 2주가 지났다. 늘 그렇듯 시간은 빠르다.
미국에 온 1년동안은 생존을 위한 일들로 분주했다. 물론 몇 달 놀긴했지만, 잡을 구하고 운전면허를 따고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를 가고, 운전면허를 또 따고, 집을 계약하고 차를 구입하고 출근을 하고 일을 했다.
비교적 수월했다고 생각한다. 나름 시행착오를 겪긴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으니 만족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를 생각해본다.
첫째는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네이티브가 아니므로 완벽하게 알아듣고 말할 수 없다.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나 아주 못하진 않았기 때문에 주어진 숙제들을 하나씩 해결할 수 있었다. 자주 영어의 한계에 부딪히긴 하지만 그리 크게 절망하진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모르고 모자른 부분은 채우면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단단해지겠지.
둘째,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도움을 준 친구들을 제외하고,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지인들은 전부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한국사람들은 미국(해외) 회사에서는 공과사를 구분해 개인적인 도움을 주고 받는 것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런줄만 알았다. 하지만 오해였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는 개인적으로 잘 지내는 동료들이 내가 도움받을 곳이 없음을 알고 감사하게도 이사나 픽업 등의 도움을 많이 주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이면 몰라도, 직장동료들에게 이런 도움을 받을 일은 없지 싶다.
셋째,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이 있었다. 자주 영상통화를 하고 서로를 응원했다. 서로 사랑한다고 얘기했고 함께 고민을 나눴다. 늘 걱정해주고 무한한 사랑으로 격려했다. 사랑으로 이루워진 가족이 있었기에 혼자서도 외롭지 않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2년이 지난 지금, 적응으로 편안해진 일상과 다시금 반복되는 매일로 인해 삶이 지루해진 편이나, 이게 제일 좋은 삶이라 생각한다. 젊은 2,30대와 달리 지금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이 생활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새로운 목표를 세울 때가 된 것도 같다. 그동안 '난 좀 쉬어도 돼' 라는 생각으로 늘 미뤄왔던 것들은 다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예전처럼 주변과 비교하며 날 몰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다 재밌다고 생각할 거다. 너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열심히하게 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을 거다. 열심히 사는 인생에 지치고 질렸다.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몇 해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자란 부분보다 잘해온 부분만 생각하겠다. 나의 모자라고 못난 것들만 보는 태도도 아주 진절머리 나니까. 그냥 내 내가 잘해온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배우고 채워나가면 그만이다.
이 지루하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삶에서 늘 해오던 것처럼 한번 잘 살아보겠다.